하림그룹은 인수의향서를 통해 “곡물 벌크 운송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과의 결합을 통해, 식품 및 축산업계의 숙원인 국제 곡물유통사업 진출을 시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세계 6~7위권의 곡물 수입국이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지난 2013년 말 23.1%에 불과하고, 특히 사료곡물의 해외의존도는 97.3%에 달한다. 그럼에도 조달의 전 과정을 국제 곡물메이저들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하림그룹은 곡물에 대한 안정적 수요기반을 가진 기업과 해상운송 기반을 가진 업체의 결합이 현명하다고 판단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전체 수입물량의 96%를 자국의 곡물유통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닭고기 사업에서 출발한 하림그룹은 사료, 축산, 식품가공 및 유통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어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해 2014년 현재 국내외 50여 개 법인으로 구성된 종합식품서비스 그룹으로 성장했다.
또한 하림그룹은 국내 민간기업 중 사료생산 시장점유율 1위(사료부문 연매출 1조 4000억 원)로 국내에 안정적인 곡물 수요기반을 갖고 있다. 하림그룹의 지난 2013년 매출액은 4조 8000억 원에 달한다.
하림그룹 측은 “인수 자금 조달 여력도 충분한 만큼 팬오션 인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4일 시작된 팬오션 매각을 위한 공개입찰에 하림그룹을 비롯해 SM-대한해운그룹,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5개 후보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3주간 예비실사를 거쳐 오는 12월 11일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팬오션은 국내 벌크선업계에서는 1위를 지키고 있고, 해운업계에서도 3위 업체다. STX그룹 주력 계열사였지만, STX그룹이 해체된 지난해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팬오션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자구책 이행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1분기 498억 원, 2분기에는 영업이익 645억 원으로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팬오션의 매각 가격은 처음 예상가인 7000여억 원에서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