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은 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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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1년 이재용 임세령 부부. | ||
이 전무의 재산은 알려진 것만 1조 원이 훌쩍 넘는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전무는 △삼성전자 84만 403주 △삼성 에버랜드 62만 7390주 △삼성SDS 514만 6700주 △삼성네트웍스 793만 1742주 △서울통신기술 506만 6690주 △가치네트 140만 주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상장사인 삼성전자의 주식평가액은 주당 52만 원(12일 종가)으로 환산해 총 4370억 원에 이른다. 나머지 비상장주식의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장외주식 거래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의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총 9300억 원가량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는 모두 1조 3600억 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 외에 이 전무는 상당한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
임세령 씨가 5000억 원 정도의 재산분할을 요구한 것도 이재용 전무 소유의 주식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혼 관련법에 따르면 결혼 전 취득 재산은 분할 대상이 아니다. 결혼 후에도 상속 또는 증여된 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을 빚은 삼성에버랜드 주식 등은 결혼 전에 취득한 것인 반면 삼성SDS 주식은 결혼 이듬해인 1999년 2월 인수했다. 삼성전자 주식 등도 결혼 후 조금씩 늘려갔다.
대부분의 주식이 혼전 취득 및 혼후 상속·증여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닌 것.
그렇다면 임 씨의 5000억 원 재산분할 요구는 전혀 터무니없는 것일까.
법무법인 정암의 이혼법률센터 엄경천 변호사는 “결혼 전 취득재산이나 결혼 후 상속·증여재산도 전업주부인 아내가 육아, 살림 등으로 재산을 유지하는 데 보이지 않는 기여를 했다면 분할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는 혼인기간이 20~30년 정도면 통상 30~50% 정도의 재산 분할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임 씨의 경우 혼인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많이 잡아도 20%를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혼소송 전문 이인철 법률사무소의 이인철 변호사는 “예전 같은 경우에는 증여·상속 등의 특유재산(부부의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에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 분할은 법원이 잘 인정해주지 않았으나 몇 년 전부터 특유재산 분할도 인정해주는 추세”라며 “임세령 씨의 경우 5000억 원은 최대치이고 이 중 얼마가 깎이느냐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전무가 주식을 팔지 않고 유지 및 관리하는 데 임 씨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보고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