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 유가족 분노

뒤늦은 병원 공개 원통해

[일요신문] 대전에서 메르스로 부부가 사망하는 등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19일 기준, 24명이 나온 가운데, 메르스로 가장 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메르스 사망자 유가족들이다. 감염병인 탓에 법률에 따라 사망자의 시신을 24시간 이내에 신속히 화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3일장도 치르지 못하고 서둘러 화장부터 해야 하는 것에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화장장에서 메르스 사망자에 대한 화장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장례관리 지침 등에도 ‘확진 환자가 사망하면 화장하라’고 명시돼 있어 어쩔 수 없다. 이 지침은 사망 병실에서 시체를 씻거나 탈의하지 말고 방수용 가방에 넣어 화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신의 염습과 방부처리 등도 금지된다. 물론 화장에 따른 경비는 모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한다. 더욱이 사망자와의 접촉으로 격리가 된 유족의 경우 사망자의 임종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보내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일부 사망자 유가족들은 정부가 메르스 병원을 뒤늦게 서야 공개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사망자 유족들의 분노가 커지자 최근 경찰청에서는 일선 경찰서에 특별 요구 첩보(SRI, Special Required Information)를 내려 보냈다. SRI는 다른 첩보에 비해 가장 우선적으로 수집돼야 하는 첩보인지라, 최근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의 자치구에 소재한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은 뜻하지 않게 애를 먹었다고 한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정보 수집은 물론 유가족들과의 접촉 자체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 한 경찰서 정보과 형사는 “최근 지역 구의회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가족이 메르스로 사망했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물어보기도 힘들고 그 쪽에서도 이러저러한 얘기들을 우리에게 내 놓는 것을 꺼려했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경찰서의 정보과 형사도 “얼마 전에 본청에서 SRI 지시가 내려왔다. 하지만 보고서도 제대로 못 만들었다”며 “다만 메르스 사망자 유족의 경우 격리 대상자와 달리 별다른 보상금이나 지원이 없어 불만이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사망자의 유가족에 대해 장례비와 사망 보상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연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