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자가 취해서 기억 안 난다고 말했기에 그렇게 믿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타인의 가방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대학병원 레지던트 박 아무개 씨(29)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8월 12일 자정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막걸리 전문점 야외석에서 이 아무개 씨(30)의 가방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절도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TV 장면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김 아무개 변호사(29)는 의사 박 씨가 가방을 훔칠 때 가방과 피해자 사이로 이동한 뒤 피해자의 시야를 막아 섰다. 변호사 김 씨는 이내 손가락으로 가방 근처 특정 위치를 가리켰고 이를 본 의사 박 씨는 이내 가방 쪽으로 다가와 이를 훔쳐 달아났다. 의사 박 씨와 변호사 김 씨는 지난 2007년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한 동창생으로 드러났다.
가방 위치를 가리키는 변호사와 멀리서 가방으로 다가오는 의사
하지만 사건을 이첩 받은 강남경찰서는 특수절도가 아닌 단순 절도로 의사 박 씨만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 이 씨는 “내가 직접 폐쇄회로TV 장면을 입수해 증거 자료로 제출했는데도 경찰은 아예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며 “이런 사람들이 의사와 변호사로 사회 중추를 담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엄벌을 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을 지켜 본 검찰 관계자 역시 “영상만 놓고 보면 특수절도로 판단된다. 이걸 단순 절도로 처리해 검찰에 송치한 건 대충 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가방 주인과 가방 사이를 가린 변호사와 가방을 훔치는 의사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의 적절치 못한 피해자 응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를 담당했던 강남경찰서 김 아무개 형사는 제대로 된 수사를 요청하는 이 씨에게 반말로 수사 과정을 설명하거나 “고의성이 없고 합의 볼 사건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피의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결국 이 씨의 민원 뒤 곧바로 교체됐다
처음 사건을 맡았던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처음 만취한 상태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직실 미화원이 보관하고 있다고 말해서 그렇게 알고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민원인이 수사를 재촉하며 수사관 교체를 요청해 다른 팀에 넘어간 것 뿐”이라고 말했다.
가방을 훔쳐 달아난 박 씨는 부산의 한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의 동대학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같은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2월 인턴과정을 수료하며 우수전공의 표창까지 받았다. 변호사 김 씨는 지난해 서울 소재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돼 지난해 7월부터 공익법무관 27기로 임용된 사람이었다. 현재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한다고 확인됐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 ‘의사, 변호사 절도사건’ 관련 보도문 본 인터넷 신문은 지난 10월 27일자 사회면에 「[단독공개] 남의 가방 훔친 의사. 방조한 변호사 친구 생생 동영상... 경찰은 ‘대충 수사’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의사 박모씨가 가방을 절도하였고 변호사 김모씨가 이를 방조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가방의 내용물이 훼손되지 않은 채로 반환된 점, 박모씨가 경찰의 연락을 받고 가방을 찾는 노력 등을 보아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하였습니다. 또한 변호사 김모씨는 친구의 가방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가리킨 것이었을 뿐 절도를 방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 확인되었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