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구체적으로 실행했는지가 관건”…“주주 간 계약으로 압박 받아” 갈등 원인 됐을 수도
배임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는 자가 업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물,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또 여러 혐의가 적용되었다면 개별적 성립요건이 충족했는지 여부까지 따지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도 입증하기 어려운 죄로 꼽힌다.
우선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4월 22일부터 어도어를 상대로 내부 감사를 실시한 결과, 감사 대상자 중 한 명이 어도어의 하이브 경영권 탈취 계획과 이를 위한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를 하이브에 증거로 제출했고, 하이브를 공격하기 위한 문건 작성 사실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4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도, 의도한 적도, 실행한 적도, 이로 인한 재산상 이익을 얻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하이브 측이 증거라고 주장하는 카카오톡의 대화나 메모장 내용은 '직장인의 푸념'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과거에 하이브와 맺은 주주 간 계약 내용에 불리한 점이 있어 재협상을 하던 중이었는데, 협상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에서 나눈 사적 대화였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생각일 뿐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민 대표 측의 법무대리인인 이숙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실제 모의도 없었고, 민 대표의 어도어 지분은 18%밖에 되지 않는다”며 “경영권 찬탈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지분인 만큼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예컨대 영업상 비밀 유출과 같은 구체적 행위를 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취하는 등 실행과 결과에 대한 명백한 사실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며 “민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생각만 했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민 대표의 말과 달리 해당 계획이 구체적이었고 어느 정도 실행이 되었다면 말이 달라진다. 판례는 ‘재산상 손해’에 대해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한정하지 않고 실제로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도 인정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가 얼마나 명확한 증거와 사실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도 이번 갈등 촉발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주주 간 계약은 주주권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끼리 맺는 사적 계약이다. 경영 일선에 동일하게 참여할 수 없는 소수 주주 입장에서는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이사회 선임권, 기관 구성권한, 주식 양도 제한 등 주요 경영사항들을 계약으로 보장 받을 수 있게 된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주 간 계약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제가 하이브를 영원히 못 벗어날 순 없지 않냐. (그래서) 그 부분은 고치려고 했다”며 비밀유지의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는 조항 내용을 거론했다가 동석한 변호사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주주 간 계약 내용을 불합리하다고 느낀 민 대표가 이를 무효화하거나 자신의 권한을 높이려고 했고, 이를 알게 된 하이브가 민 대표의 행위를 경영권 탈취로 해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