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보자 자전거 타고 사라져
[일요신문] 2012년 여자 선수에게 성추행을 시도했던 옛 쇼트 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빙상 종목 고등부 선수반을 지도하고 있다고 확인됐다. 한체대의 제 식구 감싸기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체대 빙상장 안에 비치된 A 코치의 비상약통.
2013년 4월부터 쇼트 트랙 국가대표 코치로 재직했던 A 씨는 2014년 1월 돌연 잠적했다. 2012년 한체대 소속 여자 선수를 성추행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었다. 잠적 당시 A 씨는 한체대 쇼트 트랙 팀 코치로 재직하던 2012년 여름 자신이 지도하던 여자 선수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자택으로 유인해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빠졌었다. 화장실로 자리를 피한 여자 선수가 부모와 경찰을 불러 일단락된 사건이었다.
A 코치의 스승 전명규 한체대 교수는 당시 이 사실을 알고도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빠졌었다. 피해 선수에게 “실업팀에 가게 해주겠다”고 제안
·회유해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는 정황이 나온 탓이었다. 도청 실업팀은 예산이 정해져 있어 따로 예산을 추가해 선수단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다. 피해 선수가 도청 실업팀으로 온 뒤 기존에 자리했던 한 선수는 자리를 잃었다.
취재진이 접근하자 자전거를 끌어 빙상장 밖으로 나가는 A 코치.
‘일요신문’은 3월 7일 오후 3시 40분쯤 한체대 빙상장을 찾았다. A 씨의 한체대 근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커룸 근처 사무실에선 그의 이름이 새겨진 비상약통이 발견됐다. 한체대는 대학교지만 대학부 수업이 없을 때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빙상 종목 수업을 연다. 빙상장에서 만난 복수의 한체대 소속 빙상 선수는 “A 코치님은 한체대 학생이 아닌 초중고생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코치는 ‘일요신문’이 취재를 시작하자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따라 붙는 취재진에 A 코치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체대 조교는 “여기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빨리 나가라”고 했다. 한체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다.
한편 한체대 빙상 관련 인사권을 가졌다고 알려진 전명규 교수 역시 현장에서 ‘일요신문’과 맞닥뜨리자 A 코치와 마찬가지로 “할 말 없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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