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로 지분법 적용 중단, 40억 더 투입해야…호텔신라 “사업 회복되도록 강구하는 것이 중요”
#호텔신라 로시안 지분법 적용 중단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로시안에 대한 지분법 적용을 중지했다. 장부금액이 0원 이하로 떨어져 회계상 기업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호텔신라가 인식한 로시안 장부금액은 2022년 말 20억 3093만 원, 2023년 말 6억 1095만 원, 올해 상반기 3억 3691만 원으로 감소해왔다. 지분법 손익은 투자한 회사의 순손익을 보유한 지분율만큼 반영하는 회계 항목이다.
로시안은 2022년 6월 호텔신라와 로레알코리아(엘오케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호텔신라는 2022년 25억 5000만 원을 투자해 로시안 지분 30%를 취득했다. 로레알코리아와 앵커PE 지분은 각각 40%, 30%다. 호텔신라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2025년까지 55억 5000만 원을 추가로 출자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10억 5000만원, 올해 1~3분기엔 10억 2000만 원을 현금 출자했다. 로레알코리아도 2022년 33억 9749만 원, 지난해 14억 원을 로시안에 출자했다. 로레알코리아는 로시안에 대해 2022년 9억 2340만 원, 지난해 35억 6641만 원의 지분법 손실을 인식했다.
로시안은 2022년 11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시효’를 내놓았다. 시효 제품은 서울 신라호텔 지하1층 아케이드, 제주신라호텔 6층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나 신라면세점·네이버 브랜드 스토어·뷰티컬리·롯데온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 시효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이전에는 주로 호텔 피트니스 이용자가 주로 매장을 찾았다. 최근엔 나이대와 상관없이 고객들이 다양하게 방문한다”며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도 시효 래핑 광고를 진행하며 면세점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로시안 실적은 신통치 못하다. 로시안은 지난해 매출 7억 6591만 원, 영업손실 80억 6706만 원을 냈다. 2022년 6~12월(매출 2300만 원, 영업손실 27억 4934만 원)과 비교해 매출은 3230% 증가했으나 영업손실도 193% 늘었다. 영업외비용이 늘면서 당기순손실은 2022년 6~12월(23억 850만 원) 대비 296% 증가한 89억 1602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은 451만 원에서 12억 3026만 원으로 대폭 늘었다.
부진의 원인을 두고 브랜드 콘셉트가 최근 화장품 시장 트렌드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효의 ‘프로스트 진생 액티베이팅 에센스’는 17만 원, 앰플은 9만 9000원, ‘허벌 컨덴시티 리커버리 크림’은 25만 원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저가 화장품이 강세다. 화장품 트렌드가 빨리 바뀌다 보니 고가 화장품 하나보다는 저렴한 화장품 여러 개를 사서 자주 쓰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 전망도 변수다. 로시안은 시효 브랜드를 출시하며 중국 시장으로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3년 기준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00조 원 규모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로컬 브랜드 확대로 수입 화장품 시장이 축소되는 추세다. 수입제품은 중고가 프리미엄 해외 유명 브랜드, 로컬제품은 중저가 가성비 브랜드로 양극화되고 있다. 시효의 위치가 애매할 수밖에 없다.
로레알의 후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랑콤’ ‘비오템’ 등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 중인 로레알은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기업이다. 하지만 시효는 매장이나 홈페이지 등에서 로레알이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 않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어디서 판매하고 어디서 제조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로레알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오히려 가격대가 비슷한 다른 프리미엄 제품을 살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본업도 신통치 않은데…
유통업계의 화장품 시장 도전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한국콜마 손을 잡고 1만 원 내외의 중소형 화장품 PB 브랜드 ‘엘앤코스(el&cos)’를 론칭했으나 2018년 사업을 접었다. 코오롱FnC도 ‘수분 직배송’을 콘셉트로 2020년 ‘라이크와이즈’를 선보였으나 2022년 사업을 철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화장품 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호텔신라가 합작법인 방식으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호텔신라는 시효의 판로 개척과 유통만 담당한다. 브랜드 운영은 로레알코리아가 맡고 있다. 앞서 호텔신라는 2011년 화장품 편집숍 ‘스위트메이’를 론칭했으나 사업을 철수한 이력이 있다. 홍콩과 마카오 등 해외에 매장을 두고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2017년 매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분기 기준 호텔신라 면세유통(TR) 부문은 전체 매출의 84.1%를 차지했다. TR 부문 사업은 녹록지가 않다. 호텔신라 TR 부문의 3분기 영업손실은 387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163억 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올해 3분기 TR 부문 매출액은 844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8451억 원)보다 0.1% 줄었다. 같은 기간 공항점 매출이 5026억 원에서 4741억 원으로 5.7% 감소한 영향이 작용했다. 면세점 업황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이익 방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로시안 투자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호텔신라 관계자는 “지분법 중단은 투자 실적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회복되도록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레알코리아와 로시안 측에는 메일과 전화로 질문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로시안 홈페이지와 법인등기부상 주소지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무실을 11월 20일에 방문했으나 임차인이 바뀐 상태였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