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공정성 시비 불거져...팬들 “인기상 투표에 ‘현질’이라니..” 비판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Asia Artist Awards(AAA)’는 국내외 최정상급 배우와 가수들이 매년 참여하는 시상식이다. 2017년 배우와 가수 부분 대상은 각각 배우 김희선, 아이돌그룹 엑소였다. 올해에도 수지, 하정우, 이병헌 등이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2018 Asia Artist Awards’는 AAA 조직위원회의 주관으로 오는 11월 28일 글로벌 허브시티 인천 남동 체육관에서 개최된다. 이번에도 국내는 물론 한류의 인기로 세계 각국의 아이돌 팬들의 시선이 시상식을 향해 쏠리고 있다.
후원사인 케이스타그룹은 ‘2018 AAA’의 팬투표 인기상 투표를 자사 앱인 스타플 ‘STARPLE’로 진행했다. 팬 투표 인기상은 100%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1차 투표는 10월 17일부터 31일까지, 2차 투표는 11월 2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문제는 ‘유료투표권 논란’이다. 2018년 11월 7일 한 팬은 “팬심을 이용해서 돈을 벌겠다는 추악한 앱이다”며 “고등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광고를 보게 만들고 투표권을 파는지 모르겠다. 이런 시상식은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스타플 앱 게시판에서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2018년 11월 8일 다른 팬은 “인기상에 ‘현질’ 기능이라니...누구 아이디어일까”라고 반문하면서 “최악 중 최악이다. 어린 학생들 예쁜 마음에 상처주지 말고 창피한 줄 알았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돈벌이다”고 덧붙였다.
스타플 앱의 유료 투표권 안내
실제로 스타플 앱을 설치한 뒤 ‘투표권 충전소’ 항목에 들어가면 ‘유료투표권 구매’ 메뉴가 있다. 여기서 유료 투표권을 최소 10개를 1100원에서 최대 100개를 11000원에 살 수 있다. 돈을 많이 지불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연예인에 더욱 많은 투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요신문’은 케이스타그룹에 유료 투표권 사행성 논란에 대해 수차례 문의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케이스타그룹은 “우리 STARPLE은 어떤 후보가 1등을 해도 상관이 없는 제3자다”며 “공정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은 AAA의 유료 투표권 논란에 대해 수수방관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관계자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행성 조장 문제가 걱정된다”며 “팬 투표가 과열된다는 내용의 민원이 전달될 때마다 주최사에 연락을 할 수 있지만 관여가 힘들다. 현행법상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유료 투표권뿐이 아니다. 무료 투표권 지급방식에서도 팬들의 성토는 이어지고 있다. 스타플 앱의 ‘무료충전소’ 항목에 들어가면 수많은 게임과 광고가 등장한다. 스타플은 설문조사에 참여하거나 게임에 레벨을 올리면 투표권을 준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투표권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2018년 11월 7일 한 팬은 “게임을 열심히 했는데 투표권도 안 들어왔다. 이메일을 보내도 답도 없는데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팬은 “최악의 시상식이다. 게임을 해도 투표권이 안 들어와서 고객센터에 스크린샷을 보냈는데도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앱을 부실하게 만들어놓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느낌이다. 팬심을 이용한 장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케이스타그룹은 “서버 통신 오류, 조건 미충족 등 다양한 이슈로 투표권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스타플은 내부 운영팀을 통해서 검증한 후에 투표권을 지급하고 있다. 시스템 오류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해명했다.
케이스타그룹은 9월 초부터 수차례 부정투표를 근거로 투표권을 차감해왔다. 인기상 투표 초기에 공지한 부정투표 기준이 명분이었다. 동영상 충전 투표권 부정이용, 일부 채널로 공유된 부정투표, 한 계정을 여러 디바이스에서 로그인 및 사용하는 경우, 한 디바이스로 다수의 계정을 사용한 경우 등을 부정투표 사례로 들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사건도 일어났다. 케이스타그룹이 또 다시 투표권을 차감했기 때문이다. 11월 15일 스타플 앱에 “서비스 점검 및 부정투표수 회수, 차감 작업이 완료됐다. 스타플은 앞으로도 투명하고 공정한 투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가수 윤아의 팬들은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윤아의 한 팬은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15일 오후 5시경 93만 2000표였던 윤아의 투표수가 40분 뒤 약 4만 1743표가 깎인 89만 396표로 바뀌면서 가수 아이유가 1위로 됐다”고 밝혔다.
다른 팬 역시 “팬심으로 돈을 내서 투표했는데 10만 표를 없어졌다”며 “돈도 환불해주지 않는다. 10만 표면 100만원은 넘는 금액이다”고 밝혔다. 케이스타그룹이 10만 표를 부정투표로 처리하면서 인기상 투표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투표 시스템 자체가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와이앤코’의 제본승 변호사는 “처음부터 1인 다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며 “투표를 많이 할수록 인기상을 받도록 했다. 애초에 1인 1계정 개념을 설정해놓지 않았는데 자신들이 임의적으로 부정투표 개념을 정의하고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케이스타그룹은 ‘일요신문’에 이메일을 통해 “SNS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유료 투표권 차감에 대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일부 팬덤 분들의 의해 부정확한 정보가 재생산되고 있다. 부정 투표 또는 부정 투표권 획득으로 판단될 경우 모든 아티스트들의 득표수를 차감했다. 유료 결제로 획득한 투표권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투표권이 아니기 때문에 차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본승 변호사는 “스타플앱에서 이용자들에게 유효투표권 구매시에 부정투표에 대한 사전 공지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며 “앱 내부 약관에 부정투표 처리에 대한 환불 규정도 없다. 나중에 기준을 정하고 임의적으로 부정투표 처리한 것은 향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유료 투표권을 삭제하고 환불을 하지 않았다면 약관 규제법상 해제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상식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상술이 유료 투표권의 공정성 논란 등 자칫 팬들간의 공방이나 K스타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