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드파크] “타고투저 완화될까”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과 그 의미

반발계수, ‘타고투저’ 원인으로 지목…과거 ‘탱탱볼 논란’도

2019 KBO 리그,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2019 KBO 리그에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공식 야구 규칙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규칙과 동일하게 통합 재배치되고, 이른바 ‘강정호 룰’로 불리는 더블 플레이 시 거친 슬라이딩 금지 규정이 신설됐다. 올스타 브레이크는 4일에서 7일로 늘었고, 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둘러싼 변화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리그 전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변화는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다. 그동안 KBO 리그 경기 사용구 반발계수는 0.4134 이상, 0.4374 이하로 메이저리그(0.4134∼0.4374)와 일본 프로야구(0.4034∼0.4234)에 비해 다소 높았다. 올 시즌부터는 국제 평균치에 맞춰 0.4034 이상, 0.4234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당장 오는 3월에 시작되는 시범 경기부터 새로운 기준에 맞춰 제작된 경기구를 사용해야 한다. 타자는 물론이고 공을 직접 던지게 될 투수들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스프링캠프의 과제이자 시즌 초반의 변수로 떠올랐다. 

#공인구 반발계수는 왜 중요한가
KBO 리그 공인구 반발력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그 절정을 맞았다. 정규리그 720경기에서 쏟아진 홈런이 무려 1756개. 2017년에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1547개)보다 209개 늘어난 수치였다. SK, 롯데, KT의 3개 구단이 팀 홈런 200개를 넘겼다. 김재환(두산), 제이미로맥, 한동민(이상 SK), 박병호(키움), 멜 로하스 주니어(KT)까지 사상 최초로 40홈런 타자 5명이 탄생했다. 이뿐 아니다. 정규시즌 1위 두산의 팀 평균 타율은 0.309에 달했고, 리그 전체에 3할 타자가 34명으로 넘쳐났다. 정상급 타자들이 시즌 타율 목표를 ‘3할’로 잡던 시절과 비교하면 기형적인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5.17까지 치솟았다. 

KBO는 이런 기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반발계수 조정이라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올해는 KBO 리그 종료 후에도 올림픽 예선을 겸해 치러지는 2019 프리미어12가 기다리고 있어서 더 그렇다. 또 내년 8월에는 12년 만에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도쿄 올림픽도 이어진다.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국제 규정에 맞는 야구공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발계수는 파이프에 야구공을 넣고 순간적으로 고압의 질소를 불어넣어 발사해 콘크리트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를 던진 속도로 나눈 값을 말한다. 공인구는 크기 229~235㎜, 무게 141.7~148.8g 사이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제작 과정에서 가장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항목이 바로 반발계수다. 반발계수는 타구의 비거리와 직결되고, 반발계수가 높으면 그만큼 타구가 더 멀리 뻗어 나가기 때문이다. 야구공의 반발계수가 0.01 높아지면 타구의 평균 비거리가 2m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힐 만한 타구가 조금 더 뻗어 담장을 살짝 넘길 수 있는 차이다. 홈런과 외야플라이가 왜 다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얘기다. 

2018 KBO 리그는 박병호를 비롯해 5명의 40홈런 타자가 탄생했다. 연합뉴스

#타고투저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반발계수
사실 공인구 반발계수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릴 때면 어김없이 공인구에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곤 했다. 지금은 KBO 리그도 미국과 일본처럼 단일 공인구를 쓰지만, 2015년까지만 해도 10개 구단이 4개 사 제품을 나눠서 사용했기에 더 그랬다. 

당시 KBO는 매년 야구공 제조업체들의 공인 신청을 받은 뒤 크기, 무게, 반발력까지 세 가지 항목의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을 공인구로 승인했다. 그 후 어느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는지는 구단 자율에 맡겼다. 하지만 구단별로 사용하는 공이 다르니 때로는 경기와 기록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2013시즌 중반과 2015시즌 초반 공인구 수시 검사에서 복수 제조사의 제품이 반발계수 제조 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2015년 롯데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른바 ‘탱탱볼’ 논란은 공인구 단일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해 개막 전 약체로 꼽혔던 롯데는 예상을 뒤엎고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롯데 타자들이 개막 직후 사직구장에서 홈런을 많이 친 덕분이다. 잠실 다음으로 크고 펜스가 높은 사직은 홈런이 잘 안 나오는 구장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원정보다 홈에서 친 홈런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인구 1차 수시검사가 진행됐고, 공교롭게도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만 사용하던 H사 제품이 KBO가 지정한 공인구 반발계수 최고치(0.4374)를 0.004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에서 롯데 타자들의 홈런쇼에 당해 패배를 맛봤던 타 구단 팬들은 ‘탱탱볼 팀’이라고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검사결과 발표 전까지 롯데가홈구장에서 친 홈런 18개를 모두 무효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롯데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H사와 부산 연고 구단인 롯데가 상생하자는 뜻에서 해당 제품을 선택했는데, 마치 홈런을 많이 치려고 일부러 꼼수를 쓴 것처럼 비치는 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H사는 2008년부터 KBO 공인구 적합판정을 받아온 업체였고, 롯데는 2014년 처음으로 H사를 구단 공인구 파트너로 선택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비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사직구장에서는 홈팀 롯데뿐 아니라 원정팀도 같은 공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H사 공 때문에 롯데가 홈런을 많이 쳤다면, 사직에서 맞붙은 원정 팀들도 똑같이 장타를 칠 확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다른 팀의 한 투수는 “경기 때 쓰는 공은 사실 타자들보다 투수들에게 더 민감한 문제다. 롯데 투수들에게는 불리한 공이었을 텐데 의도적인 일은 아닐 것”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어쨌든 일련의 논란들은 KBO 단일구 도입에 가속도를 붙였다. 2016년부터는 10개 구단 모두 스카이라인이 제조한 AAK-100을 경기구로 사용하게 됐다. 물론 이후에도 시즌 중 공인구 수시검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1년에 서너 차례 전국 각 구장에서 사용하는 공을 무작위로 한 타(12개)씩 수집하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 시험소로 보내 반발계수 검사를 한다. 공 하나당 12번을 쏴서 평균치를 낸 뒤, 정확한 측정을 위해 한 타에 든 공 12개를 다시 전부 쏜다. 만약 공인규정의 제조 기준을 연간 1회 위반하면 제재금 1000만원, 2회 위반하면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한다. 3회 위반 시에는 공인구 승인이 취소된다. 

#반발계수 조정은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고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 무조건 타고투저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BO 리그보다 반발계수가 낮은 공을 써온 미국과 일본에서도 홈런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선 2017년 역대 최초로 6000개를 넘는 홈런(6105개)이 터졌고, 2016년과 2018년에도 각각 5610개와 5585개의 홈런쇼가 이어졌다. 

그러자 메이저리그의 일부 투수들은 “아무래도 공을 조작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 자체를 예전 공인구와 달리 아주 단단하게 만들고, 손가락으로 낚아채기 어렵게 실밥을 공 표면에 깊게 박아 넣으면,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밥이 도드라지지 않으면 투수는 손가락으로 회전을 줄 수 없고, 그 영향으로 변화구의 위력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주로 손가락 물집 부상을 호소한 투수들이 공인구 조작설을 강조하곤 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8월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도로 홈런 급증 원인을 찾아낼 독립 조사위원회가 꾸려지기도 했다. 시카고 일리노이대학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런네이선 위원장을 중심으로 수학•통계•물리학•기계공학•기계 재료공학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홈런이 늘어난 이유를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다. 공의 특성과 날씨 등을 비롯한 여러 가설과 메이저리그 사무국 통계 프로그램인 스탯캐스트 자료 등을 훑었고,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야구공 보관 창고의 온도와 습도도 조사했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메이저리그 공인구 제조사인 롤링스 공장을 방문해 야구공 제작 과정도 지켜봤다. 또 2013∼2017년 사용되지 않은 공인구와 2012∼2017년 사용된 공인구의 공기역학 실험을 거쳤고, 발사각도•타구 속도•공 회전율과 같은 통계자료도 검토했다. 그럼에도 끝내 “공의 제작과정이나 완성품 자체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정적인 비밀도 발견하지 못했다.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 “야구공의 공기역학적 특성 변화로 공이 좀 더 멀리 날아갔다”고 진단했을 뿐 “공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밝혀낼 수 없었다”고 썼다. 반발계수 변화와 어퍼 스윙이 홈런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과학적인 설명은 불가능했다. 

결국 타고투저 완화를 위한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로 인해 올 시즌 관심을 둘 만한 관전 포인트가 몇 가지 추가됐다. 지난해 치열한 홈런 레이스를 펼쳤던 각 팀 간판타자들은 올해 몇 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길지, 홈런의 힘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SK는 팀 성적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그리고 갈수록 높아지기만 했던 리그 평균자책점은 얼마나 낮아질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반발력 논란 때문에 채택한 ‘통일구’가 알고보니 ‘위반구’? 일본 사례는 공인구는 너무 잘 날아가도 문제고, 너무 안 날아가도 문제다. 단일구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역시 공인구 반발력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일본은 2010년까지 NPB에서 공인한 몇몇 업체의 공을 12개 구단이 자율적으로 선택했다. 과거 한국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다 2011년부터 미즈노 사에서 제조한 일명 ‘통일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처럼 모든 팀이 같은 조건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는 데에 야구인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문제는 통일구를 도입하자마자 홈런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2011년 경기당 1.09개에 그치더니, 2012년에는 1.02개로 더 줄었다. 통일구는 어느새 ‘날지 않는 공’이라는 오명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투고타저가 극심해지면서 야구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그런데 2013년 들어 더 이상한 반전이 생겼다. 갑자기 홈런수가 경기당 1.52개로 훌쩍 치솟았다. 전년 대비 약 50% 늘어난 수치. 모두가 의문을 품었고, 곧 배경이 밝혀졌다.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야구기구(NPB)가 미즈노 사에 몰래 공인구 반발계수를 높이도록 지시한 것이다. 일파만파 커지던 파문은 가토 료조 NPB 커미셔너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고위층 대부분이 연봉 삭감 혹은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후에야 조금씩 잦아들었다.  하지만 2014년에도 한 차례 더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모든 일본 언론이 통일구를 ‘위반구’로 부르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홈런이 1년 전보다도 더 늘어나면서 경기당 거의 2개에 가까운 홈런이 터져 나온 탓이다. 요미우리의 무라타 슈이치는 도쿄돔에서 비거리 160m로 추정되는 초대형 홈런을 날렸고, 오릭스 외국인 타자 윌리 모 페냐는 12경기에서 홈런 7개를 터트렸다. 이례적인 장면이 속출하자 또 다시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결국 NPB는 통일구의 공인구 반발계수가 기준치(0.4034~0.4234)를 넘었다는 사실을 실토해야 했다. 6개 야구장에서 12개씩 수거한 개막 2차전 사용구 72개를 조사한 결과, 공 하나의 평균 반발계수 자체가 아예 최대치를 넘는 0.426으로 나타났다. 세이부돔을 제외한 5개 구장에서 사용한 공이 모두 규정을 위반한 상황. 특히 도쿄돔에서요미우리와 한신이 쓴 공은 반발계수가 무려 0.428에 달했다.  일본 야구 감독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호시노센이치 당시 라쿠텐 감독은 “2013년보다도 공이 더 멀리 날아갔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화를 냈고, 나카하타기요시 당시 요코하마 감독도 “개막하기 전에 이런 문제를 확실하게 처리했어야 한다. 현장에는 정말 곤란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반구로 나온 홈런 기록을 인정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자 NPB가 “각 구단이 비슷한 조건으로 경기했기 때문에 현 기록은 유지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혀야 했을 정도다.   결국 미즈노 사 대표가 NPB 이사회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팬들을 향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조 공정이나 소재의 변화는 없었다”는 게 미즈노 측의 공식 해명. 다만 “소재 관리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공 내부 코르크를 감는 모사(울)의 수분 함량이 평소보다 낮았다는 설명이다. 미즈노 사는 12만 개가 넘는 공을 다시 검사해 일일이 적정한 공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고, 리그는 무사히 재개됐다. 하지만 ‘위반구’라는 손가락질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