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이견에 부동산 경기 악화하며 매수자 찾기 어려워져…금호타이어 “의지 없는 것은 아냐”
#금호타이어와 광주광역시 의견차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1974년에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준공돼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2021년부터 광주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공장을 함평군 빛그린 국가산단 제2단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금호타이어와 광주광역시는 ‘용도변경’에서 의견차를 보인다.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지역 내 지구단위계획 지정 대상지역은 유휴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 부지로 명시돼 있다. 현행법상 공장을 비워야 용도변경이 가능하다. 다만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라 공장이 가동 중이라도 금호타이어가 공장 이전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용도변경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 광주시 입장이다.
광주시는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 이전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공장을 이전할 토지를 사고 그 땅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으면 용도변경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다른 관계자는 “용도변경으로 인한 지가 상승분 중 어느 정도를 환수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며 “당장은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 매각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금호타이어는 2021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빛그린국가산업단지 2단계 사업구역 내 광주공장 이전 부지 조성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직 금호타이어와 LH의 토지 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토지 매매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업무협약서에 공장 이전에 관한 유효기간은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함평군청 한 관계자는 “자금 문제로 매매계약 체결이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금호타이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5억 원, 부채는 2조 1016억 원이다. 금호타이어가 새로운 공장을 지으려면 현실적으로 광주공장 부지를 매각해 공장 이전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광주공장 부지를 인수할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광주공장 부지 개발을 추진하던 미래에셋증권·현대건설·중흥토건 컨소시엄은 지난해 해산됐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변경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매수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공업용지를 상업용지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공장 이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토지를 향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매수자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로 지방 부동산 경기는 더욱 좋지 않다”며 “공장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을 하더라도 현재 건설 단가가 많이 올라 개발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아도 사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광산구, 이전 촉진할 용역 발주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18일 광주 광산구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주변 지역 도시환경 영향 기초조사 및 발전방향 모색’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및 인근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과학적·실증적으로 환경을 분석해 공장 이전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연구 목적이다.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영향권에 거주하는 광산구 인구의 약 18%가 환경 피해에 장기간 노출돼 민원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광산구청 한 관계자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금호타이어 공장이 이전됐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광주시가 공장 이전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금호타이어는 물론 광주시와 시민단체 등에 결과를 전달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공장을 이전하는 게 시민들뿐 아니라 금호타이어 공장 자체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공장 이전이 지연되는 것은 광주시나 금호타이어 모두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도심에 공장이 있으면 광주시 발전이 저해된다. 타이어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노후화가 돼 생산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산 능력이 떨어질수록 생산 설비를 수리해야 하는 정비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며 “신규 공장을 짓게 되면 자동화가 많이 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시에서 요청하는 자료는 제공하며 대응하는 상황이다. 서로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야 하는 부분으로 (공장 매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