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조직 측근들과 ‘독도 위력시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왼쪽)와 전 부인 최순실 씨가 2013년 7월 19일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겨레
우선 최근 정윤회 씨는 지난 8월 독도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부터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정 씨가 이 콘서트에 실명인 ‘정윤회’가 아닌 ‘정윤기’라는 가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好朴)가족’ 회원들과 함께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독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보고싶다 강치야’ 본부에서 진행한 행사였고 여객선을 타고 나가며 해양경찰 측에서 앞에서 본인 확인을 할 때는 ‘정윤회’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우리 쪽에 제출된 독도 입도 허가서에는 ‘보고싶다 강치야’에 소속된 소속 인원으로 신청이 들어온 것이었고 여기에는 ‘정윤기’라는 이름으로 기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총 행사 인원은 111명이었다. 작년에 이어 독도에서 두 번째 열린 행사였고 당시 정 씨가 탔던 돌핀호에는 총 275명의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160여 명은 일반 관람객이었다. 현장에는 우리 사무소 직원 2명이 있었지만 ‘정윤회’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우리는 신원 확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승객들의 안전 관리를 지도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를 주최한 곳은 ‘보고싶다 강치야!사랑본부’였고 주관은 클래식 공연 전문기획사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 ‘호박가족’ 대표인 테너 임산 씨가 소속된 ‘일프로덕션(IL Production)’이었다. 또 국내 대기업 C 사는 이 콘서트 행사에 거액의 협찬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지난해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기도 했다.
기자는 임 씨를 통해 당시 상황을 듣기 위해 그가 소속된 일프로덕션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회사 주소인 서울 내곡동을 찾았으나 같은 건물에 입주한 다른 회사 직원들은 “일프로덕션은 이사를 가서 현재 여기 없다”고 말했다. 회사로 전화를 몇 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정윤회 씨는 8월에 열린 이 콘서트에서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선대위에 참여하거나 외곽 지지조직 대표 등을 지낸 측근들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동안 본인 스스로 정치권을 떠나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던 정 씨의 입장과는 달리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호박가족’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인정한 공식 팬클럽으로 알려졌다. ‘호박가족’ 측 관계자와의 접촉을 위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만 돌아왔다. 보통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한 사무실 주소도 나와 있지 않았다.
정 씨와 관련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은 그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역술인 이세민 씨를 만났다는 점이다. 정 씨는 애초 검찰의 1차 소환 조사에서 ‘강남 집에 머물렀다’는 최초 진술을 했지만, 검찰이 통신 내역 등을 토대로 2차 전화 조사를 실시하자 그때서야 ‘당일 4시간가량 평창동 이 씨의 집에서 함께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 부분에서는 정 씨가 이 씨를 보호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식의 추측이 나돌았다. 이 씨 역시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당시 정 씨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머물렀다고 진술을 했으며, 이후 잠적한 상태다.
이와 관련,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로 현재 유관기관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백 아무개 씨는 “정윤회 씨뿐 아니라 역술인 이 씨도 청와대 비서관들과 계속 접촉을 하고 있었고 같이 만남을 가져 왔다고 알고 있다. 중간에서 정 씨가 역할을 했는데 사실은 그런 부분들도 다 검찰에서 수사가 됐지만 노출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술인 이 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 평창동의 북한산 형제봉 바로 아래에 위치한 그의 자택을 찾았지만 관리인은 ‘이세민 씨를 만나러 왔다’는 기자에게 다짜고짜 격한 반응을 보이며 “그 분이 살인을 했느냐, 뭘 했느냐. 왜 자꾸 찾아오고 난리냐. 오지 말고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당신이 직접 알아봐라”고 쏘아 붙였다. 또 몇몇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들의 보도 화면을 통해 공개될 당시에 대문 옆에 있던 ‘一宇(일우) 생명의 정원’ 간판도 제거가 된 상태였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