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괴물 배출’ 엘리트 집안 몰락
지난 7월 27일 새벽,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는 여고생 마쓰오 아이와(15)가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시신은 머리와 손목이 절단된 상태였으며, 복부에도 칼로 자른 흔적이 여러 군데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살인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같은 반 친구였던 A 양(15)이라는 것. 더욱이 그는 경찰조사에서 “사람을 죽여 시체를 조각내고 싶었다”고 태연하게 말해 일본 사회를 경악시켰다. 그로부터 3개월 뒤. A 양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 사건은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일어난 가장 끔찍한 사건 중 하나인 ‘여고생 토막살인 사건’ 그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같은 반 친구를 토막살해한 A 양(오른쪽)과 자살한 부친의 생전 모습.
사실 A 양은 남부러울 것 없는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 굴지의 법률사무소 대표로 과거 고액납세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을 만큼 상당한 재력가다. 어머니 역시 도쿄대학 출신으로 알려졌다.
주변 사람들은 A 양에 대해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고 영특한 아이”로 기억했다. 다만 초등학교 시절 학교급식에 표백제를 섞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다소 얌전한 분위기로 변했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A 양에게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10월.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부터였다. 곧이어 아버지가 20세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 여성과 재혼하자 A 양은 집을 나와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때를 전후로 부녀사이가 매우 나빠졌고, A 양은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취침 중이던 아버지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는가 하면 고양이를 죽여 해부하는 엽기적인 행각도 벌였다. 급기야 A 양은 자취하던 원룸에서 친구를 무참히 살해하는 범행까지 저지르고 만다.
충격의 사건 이후 A 양의 집은 관광지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법조계의 유명 인사였던 아버지는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졌고 ‘희대의 살인소녀를 키운 부모’라는 꼬리표가 생겼다. 그는 “어떤 이유로도 결코 딸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와 보상의 뜻을 밝혔다. 위자료가 10억 원 이상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세간에 떠돌았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회한과 통곡의 나날을 보내던 A 양의 아버지가 최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것.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정황상 자살로 보고 있다. 불과 결혼 5개월 만에 남편을 잃은 계모는 넋이 나간 모습이다.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거액의 유산. A 양의 아버지가 살고 있던 대저택은 30억 원대에 이르며, 주식과 현금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가 없었으므로 남겨진 아내에게는 통상 유산의 절반이 상속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들은 소녀는 과연 어떤 심경일까. 검찰에 의하면, 현재 A 양은 정신감정을 받고 있다. 앞서 8월 사세보 지방법원은 A 양에게 3개월의 정신감정 유치를 결정한 바 있으나 적정한 감정 결과를 얻기 위해 검찰이 연장을 청구, 12월 24일까지 연장됐다. 만약 감정 결과 ‘이상’이면 A 양은 의료시설로 이송되고, ‘이상 없음’으로 판단되면 소년원으로 송치된다. 후자의 경우 16세 미만인 A 양은 일본 소년법에 따라 우선 가정법원에서 심판받은 뒤 정식 재판 조치가 결정된다.
A 양의 정신감정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대중지 <주간포스트>는 최근호에서 ‘사건 전 A 양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메모’의 존재를 알렸다. 참극이 벌어지기 3일 전, 계모가 A 양과 정신과의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나눈 대화를 휴대폰으로 녹음한 내용이다.
대화에서 계모가 “고양이를 죽이는 일이 재미있니? 아니면 그 후 해부하는 일이 즐거워?”라고 묻자, A 양은 “해부는 부수적인 것이다. 어디까지나 전자가 메인”이라고 대답한다. 이어 계모가 “고양이로 만족 못하고 공격 대상이 사람이 될 수도 있느냐?”고 슬쩍 떠보자 A 양은 “고양이보다 사람 쪽이 흥분되고 즐겁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주간포스트>에 따르면, A 양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살인욕망’을 나타내기 시작.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취재 결과,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전 그녀를 진찰했던 의사가 나가사키현 아동상담창구로 연락해와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여학생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며 대책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현은 적절한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또한 “A 양의 아버지가 딸을 독립시킨 이유도 정신과의사로부터 ‘같은 집에서 살고 있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조언을 받아들인 조치였다”고 잡지는 전했다.
한편, 보상의 뜻을 밝혔던 A 양의 아버지가 사망함으로써 피해자 유족 위자료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A 양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책임능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법적 부모인 계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A 양이 유산을 상속받으면 A 양에게 직접 청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성년자인 A 양이 몇 년 뒤 사회로 복귀할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끔찍하게 딸을 잃은 피해자 가족의 슬픔은 깊어만 가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본 최악 엽기사건 정신감정 탓 판결까지 17년 이런 극악무도한 악행에도 판결까지는 무려 17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이유는 ‘다중 인격 장애’라는 정신감정 결과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6년 최고재판소가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범행”이라며 사형 확정 판결을 내렸고, 2008년 사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