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세금내고 하니? 우린 그냥 한다
▲ 최근 인터넷 상에서 불법 사설토토 사이트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들은 배당률이 높다는 이유로 회원들이 대거 가입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 ||
이 가운데 국민체육진흥투표권 이른바 토토는 프로 스포츠의 인기와 맞물리면서 단순 도박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를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명분 아래 스포츠 산업 육성 자본도 마련하는 등 긍정적인 복권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상에서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자격이 없는 사설토토 사이트들이 범람하고 있어 향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 사설토토 사이트들은 배당률이 높고 세금이 없는 점을 내세워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특히 국내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나 영국 프리미어리그, 심지어는 ‘스타크래프트’를 종목으로 하고 있는 e스포츠리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을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 사설토토 사이트 규모는 정확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 사설토토 사이트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토×, 프로×××, 토토× 등 수십 개의 사설토토 사이트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상당수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이트만도 수십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사설토토 사이트들은 올해 중순부터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성업 중인 사설토토 사이트들을 확인해본 결과 만들어진 시기는 대부분 올 2~3월이었다. 후발 주자 사이트들도 5~6월에 집중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설토토 사이트들이 급작스럽게 증가하게 된 이유는 기존 인터넷 도박 사이트들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주는 한 게임 프로그래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스톱, 포커 등을 할 수 있는 보드게임 프로그램 의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지나친 경쟁과 함께 상대방 패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전파되면서 뒤늦게 뛰어든 업자들은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업자들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사설토토 사이트로 업종을 변경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설토토는 주요 경기에 미리 배당률을 표시하고 베팅을 유도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 결과를 사이트 운영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신뢰성 때문에 과거 고스톱 포커 도박사이트와는 달리 사설토토를 전문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등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면 이들 커뮤니티들은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여느 동호회나 다름없이 회원들끼리 사설토토 사이트 정보나 베팅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사설토토에서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e스포츠리그가 베팅 종목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C 사이트의 경우 지난 7월 23일 MBC게임에서 개최한 MSL 8강 경기를 베팅 종목으로 내놓았다. A조 1세트 경기인 르카프 오즈 이제동 선수와 SK T1 고인규 선수의 대결은 배당률이 각각 1.34와 2.73이다. 만약 고인규 선수에게 돈을 걸 경우 2.73배의 당첨금액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e스포츠 모 커뮤니티에서는 경기 결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공공연하게 사설토토를 들먹이며 돈을 어디다 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이곳 방문자는 주로 10대 e스포츠 팬들이다. 때문에 청소년들도 사설토토를 통해 돈을 걸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 사설토토 사이트들은 가입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것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오직 당첨금 입금시에 본인 확인을 위해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요구하고 있을 뿐, 회원 가입이 매우 간단하다.
이들 사설토토 사이트들은 환전시 생기는 일정 수수료와 베팅차에서 오는 이득을 가지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경기당 최대 당첨금액을 300만 원으로 제한하고,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베팅이 몰릴 경우 즉각 차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전력 차가 심한 경우에는 핸디캡을 두고 베팅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에서 허가한 사행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원동준 전문위원은 “스포츠토토나 프로토의 경우 매출액의 50~60% 정도를 당첨금으로 환급하고 15%를 발전기금으로 쓰기 때문에 실제로 운영 업체에 돌아가는 금액은 적은 편”이지만 “사설토토의 경우 세금이나 기금 등으로 나가는 돈이 거의 없는 데다가 공지하는 환급비율과 실제 환급비율을 조작할 수도 있으므로 업체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설토토 사이트 운영은 국내법상 명백하게 불법이다. 때문에 이들은 모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미국, 캐나다와 같이 도박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국가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만약 이들 사이트가 배당을 거부하더라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이들 사이트들은 사이버수사대나 관련 기관의 단속에 의해 도메인이 차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때 스타리그 사설토토로 유명세를 치렀던 ‘topbet2009.com’의 경우 사이트가 차단돼 더 이상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사설토토 업자들은 도메인을 변경하고 이를 회원들에게 공지해 사업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차단되자마자 회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도망가는 이른바 ‘먹튀’ 사이트들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대부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설토토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데다가, 본인 역시 불법으로 도박을 한 사실 때문에 처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신고가 접수된 불법 도박 사이트는 약 4500여 곳이며 이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통한 폐쇄를 요청한 사이트는 1670여 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봉성창 객원기자 b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