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거래 두 방에 현지선 ‘큰손’ 대접
▲ 화끈한 재테크 양수경-변두섭 부부의 하와이 부동산 투자가 현지인들 사이서 화제에 오르고 있다. 뒤의 사진은 2006년 매입한 호화 콘도의 계약서. | ||
하지만 이들의 부동산 재테크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주식만큼 짭짤한 재미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변 씨 부부는 이곳 쇼핑센터에 투자할 때만 해도 센터를 허물고 이 자리에 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국땅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양수경·변두섭 부부의 부동산 투자 내막을 취재했다.
변두섭 전 예당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지난 2007년 게임업계 큰손 김 아무개 씨와 함께 ‘쿠즈코 디벨롭먼트’(이하 쿠즈코)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예당온라인의 최대주주였던 변 씨와 G 사 대표이사였던 두 사람은 한때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동업을 모색하는 등 친분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 씨와 김 씨는 ‘쿠즈코’ 설립 당시 회사의 지분 절반을 서로 나눠 가졌으나 현재 변 씨는 주주명단에서는 빠진 채 회사에 돈만 투자한 상태다.
쿠즈코는 2007년 ‘쿠즈코 디벨롭먼트 USA’라는 해외법인을 설립했고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하와이 호놀룰루 한 복판 ‘키아무크’(Keeamuke st.)가 인근에 ‘서라벌 쇼핑센터’라는 대형쇼핑몰을 매입했다. 이 쇼핑몰은 하와이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입주 상점 및 사무실의 80%가 재미 교포들이 운영하고 있거나 임대하고 있다.
현지 교민 등을 통해서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쿠즈코’는 총 5200만 달러를 투자해 쇼핑몰을 매입했다. 이 중 3100만 달러는 현지 은행인 이스트 웨스트 뱅크(East-West Bank)에서 대출받은 것이고, 나머지는 김 씨와 변 씨가 개인 돈을 회사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충당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내용을 보면 ‘쿠즈코’는 미국 은행에 ‘PRIME+0.25%’의 이자로 돈을 빌린 것으로 나와 있다. ‘PRIME’이란 우리나라 표현으로 ‘우대금리’를 뜻하며 2007년 말에서 2008년 사이 미 금융권의 ‘PRIME’은 통상 5.5%~6.5% 사이였다. 즉 쿠즈코는 최소 5.75%에서 최대 6.75%의 금리로 3100만 달러를 대출받은 것이다.
이외에도 변 씨는 연 9% 이자로 89억 원, 무이자로 19억 원 등 총 108억 정도를 쿠즈코에 빌려줬다. 쿠즈코는 이렇게 해서 모은 돈 194억 원을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현지 법인에 송금해 쇼핑센터 매입에 사용했다. 이즈음에 변 씨가 최대주주로 있던 예당엔터테인먼트도 사업 내역에 국내외 부동산 투자 등을 추가해 주주총회에서 의결했다.
쿠즈코가 이 쇼핑센터를 사들인 이유는 센터를 허물고 이 자리에 대형 주상복합 센터를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이 사업의 주도권은 변 씨 부부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변 씨는 지인들에게 ‘센터에 유리로 된 대형 돔 공연장을 만들어 예당 소속 연예인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공연을 하겠다’는 포부를 종종 밝혔다고 한다. 또한 양 씨도 쇼핑센터를 자주 드나들며 주상 복합센터 건립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교민들 사이에서는 쇼핑센터의 주인이 변 씨 부부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쇼핑센터를 산 것은 ‘쿠즈코’의 현지 법인이지만 이 사업에 변 씨 부부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중순만 해도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건물 조감도도 나오고 세부적인 청사진이 그려졌다. 그러나 계획은 이내 차질이 빚어졌다. 하와이 현지 한인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오면서 주상복합 센터 건축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하와이시 차원에서도 쉽게 허가가 나오지 않았던 것.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은행 이자만 연간 20억 원이 넘는 돈을 내게 되자 ‘쿠즈코’는 일본계 C 관리 회사를 통해 입주자들에게 월세를 1.5~2배가량을 올려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반발한 입주자들과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해 관광수입이 급감한 상태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일부 입주자들은 여기에 반발해 아예 쇼핑몰에서 가게를 빼기도 했다. 은밀히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변 씨 부부의 부동산 투자는 입주자들의 갈등이 빌미가 되어 세상에 알려진 셈이다.
▲ 2006년 매입한 호화 콘도의 모습. | ||
변 씨 부부가 잇따라 거액의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이들은 하와이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 부부에게 투자를 권하는 부동산 업자들도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게 현지 업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변 씨 부부의 막강한 자금동원력에 놀라면서도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쇼핑몰과 주택에 돈을 투자하던 시점과 맞물려 변 씨는 예당온라인의 주식에도 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불과 1년 사이 현금으로만 150억 원이 넘는 돈을 동원했다. 변 씨가 내로라하는 주식부자라는 것은 이미 연예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변 씨의 현금 동원 능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테라리소스와 관련해 검찰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테라리소스와 관련, 주식시장의 개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첩보들을 입수하고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호재성 소식이 계속해서 나오고 여기에 따른 사업 전망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인 변 씨 일가가 갑자기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며 “금감원, 증권거래소 등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리소스는 변 씨 부부가 주식을 처분하기 전인 지난 5월 일주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5000억 원을 돌파했고 5월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시총 19위까지 올랐다. 개인투자 거래량 상위 20위에도 오르며 소액 주주 사이에서도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같은 달 22일에는 최고가가 2485원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6월 18일 1000원 선도 무너질 정도로 폭락했다. 이 시기 변 씨 일가는 주식을 내다팔아 총 303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테라리소스의 주가는 점점 떨어져 시가총액도 반토막이 나 7월 1일 기준 2600억 원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 테라리소스의 관계자들이 최근까지도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