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넘긴 뒤 ‘’게약 조항‘’ 옥신각신
▲ ▲ 강제규 감독 | ||
고소인은 MK를 인수했던 김영균 전 강원방송 대표이사(42)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강·이 두 감독과 심 씨로부터 MK를 150억 원에 인수할 때 회사를 운영했던 이들 3인이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해외 은행이 이를 전액 인수했지만 관련 내용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MK 측 관련자들은 “이미 김 전 대표에게 사실을 고지했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주식회사 MK픽처스라는 이름의 회사는 두 개다. 하나는 2004년 ‘강제규 필름’, 명필름, (주)세신버팔로 등 기존의 유력 영화제작 기업들과 합병해 설립된 회사로 <코르셋> <조용한 가족>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제작했다. 다른 하나는 MK를 인수한 김 전 대표가 (주)GBS(강원방송)로 사명을 바꾼 이후 이은 감독 측에서 지난해 1월 GBS의 일부를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이전 MK가 외부에 매각된 것은 2007년 7월 6일. 당시 강원방송 대표이사였던 김영균 씨(42)는 MK의 대주주였던 강제규·이은 감독, 심재명 씨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1296만주(29.09%)를 150억 원에 매입하고 MK의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당시까지만 해도 MK는 상당한 흑자를 내던 회사였다. 2004년엔 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2005년에 57억 원, 그 다음해에는 11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회사를 인수한 후로 경영사정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GBS가 최대주주였던 강원네트웍스를 인수하려다 자금부족으로 무산된 적이 있고, 김 전 대표 자신도 GBS 주주들로부터 40억 원대 횡령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올 2월 GBS는 최종 파산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계 투자은행인 ABN암로은행이 “600만 달러의 채권을 (GBS로부터) 회수하지 못했다”며 파산신청을 냈고 올 2월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던 것.
그런데 파산을 맞은 지 4개월여 만인 지난 23일, 김 전 대표는 갑작스럽게 “이전 MK 대표자들이었던 강제규, 이은, 심재명 씨가 자신을 속이고 회사를 매각했다”며 “이들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 이들 3인을 검찰에 고소하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김 전 대표가 회사를 인수하기 전에 MK 측은 전환사채 380만 달러를 발행했는데, 네덜란드계 ABN암로은행이 전액 인수했다. 당시 ABN암로은행은 회사를 매각할 경우 자신들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땐 전환사채 원리금을 즉시 상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김 전 대표가 문제를 삼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김 전 대표는 이은 대표 등이 회사를 자신에게 팔면서 전환사채 원리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기한의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기한의 이익’이란 채권자와 채무자가 약정한 내용을 정상적으로 지켰을 경우, 채권자가 임의로 ‘일시에 전액 결제’를 청구할 수 없는 권리를 말한다. 실제로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김 전 대표는 회사를 인수한 지 두 달여 만인 2007년 9월 전환사채원리금을 전부 상환했다.
결국 김 전 대표의 주장은 전환사채 원리금을 일시에 갚는 바람에 자금문제가 생겨 회사가 최종 파산하는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MK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회사가 파산되고 나니 이제 와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매각 직후에 일어난 일을 2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왜 문제삼는지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김 전 대표가 전환사채 관련 부분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 김 아무개 이사는 “2007년 7월 김 전 대표가 주식매입을 통해 회사를 인수할 때 전환사채와 관련된 부분을 고지했었다”며 “주식계약서 상에도 관련 문제들이 모두 언급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대표 측에서 당시 회사에 대해 실사까지 하고 인수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전환사채와 관련해 지금껏 단 한 번도 김 전 대표가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 MK의 이사이자 고소를 당한 장본인 중 한 사람인 심재명 씨는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만약 MK 측의 말대로 계약서 상에도 언급돼 있다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계약서 내용을 모를 리 없고, 그런 내용이 있다면 고소를 할 리도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이 사건은 종로경찰서 경제팀에 배당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담당 형사는 “아직 고소인 조사도 마치지 못한 상황이라 뭐라고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정확한 내막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에서도 “아직까지 법리적인 부분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해당 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된 후 판단해 볼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