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 한해 적확한 대선 여론조사로 각광을 받은 바 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테일러넬슨 소프레스(이하 TN 소프레스)의 대선 여론조사 자료 가운데 부동층의 변화를 중심으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점검해본다.
■ 부동층의 변화
대선결과를 가를 가장 큰 변수로는 부동층을 어느 후보가 더 많이 흡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한해 TN 소프레스 대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때는 2월17일 조사로 당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6.9%였다.
국민경선을 앞두고 있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28.8% 지지에 그쳤다. 당시는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시점이었으나, 24.3%의 응답자는 부동층으로 남아 있었다. 민주당 국민경선이 시작되고 ‘노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에는 부동층이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3월12일 조사에서는 17.7%로 줄었고, 노풍이 최고 절정에 달했던 4월9일 조사에서는 14.3%에 머물렀다. ‘노풍’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 이후에는 부동층의 비율이 점차 높아졌다. 5월11일 조사에서 20.2%, 6월13일 조사에서는 26.8%를 기록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월드컵 붐’을 타고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부동층의 비율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 의원을 처음 대선후보에 포함시킨 5월14일 조사에서는 부동층이 9.3%로 급속히 줄어들었다가, 7월4일 조사에서는 10.9%, 7월16일 조사에서는 14.0%, 8월10일 조사 11.4%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층의 비율은 정 후보의 지지율이 최고 정점에 달했던 9월23일 조사를 기점으로 15%대 안팎에 꾸준히 머물렀다.
▲ 바람과 부동표 상관관계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올 한해동안 대선 여론조사에 나타난 이같은 부동층의 변화는 대선결과와 관련, 몇가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15%대에 달하는 부동층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후보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던 시점에도 부동층은 평균 부동층 15%대보다 9%포인트 높은 24%대의 부동층이 존재했고, ‘노풍’과 ‘정풍’이 정점에 달했던 시점에도 14%대의 부동층이 존재했다는 점에서다.
두 번째로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최소 5% 이상의 지지층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월드컵을 전후로 실시된 대선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의 비율이 낮아진 만큼 정몽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노풍’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부동층이 정몽준 후보의 출현으로 다소 움직였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몽준 후보가 대선구도에서 빠진 만큼, 정몽준 후보를 매개로 움직였던 부동층이 다시 무지지층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연령별 부동층 변수
한편 올 한해동안 진동폭이 컸던 지지층의 향배는 대선결과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대와 30대 부동층은 ‘노풍’과 ‘정풍’이 한창이던 때에는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는 특징을 보인 반면, 40대와 50대 부동층은 오히려 상승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들 연령대는 모두 최근 11월 여론조사에서 15% 안팎의 부동층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단일화 효과’가 이들 연령대에 어떤 흐름을 만들어내느냐에 대선 결과가 달려 있는 셈이다. 즉, 지금까지 여론조사에 나타난 결과만으로 분석해보면, 20대와 30대 부동층은 단일화 이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40대와 50대 부동층은 다소 늘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역별 부동층 변수
‘노풍’이 한창이던 4월9일 조사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호남권 부동층의 비율은 평균치를 밑돌았다. 그만큼 노무현 후보 지지층으로 많이 흡수된 셈이다. 반면 충청권과 영남권, 강원/제주 지역에서는 부동층 비율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또한 ‘정풍’이 정점에 달했던 9월23일 조사에서는 수도권과 호남권, 부산/울산/경남 등 PK와 강원/제주 지역에서는 부동층이 평균치를 밑돈 반면, 대구/경북 등 TK지역 부동층 비율은 높아졌다. 이같은 부동층의 변동은 ‘후보단일화’ 이후 부동층의 지지층 변화를 짐작케하고 있다.
‘노풍’과 ‘정풍’ 당시 부동층이 줄어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로 표결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대구/경북 등 TK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표결집 현상이 예상되는 것.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