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질주본능 타고났다
스프링날리(점선 원)가 11월 23일 렛츠런파크부산 2000미터 경주에서 고지정벌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1위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기록도 2:09.3초로 양호한 편이었다. 상대마인 고지정벌이 체중이 18kg이나 늘어난 악재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스프링날리의 선전은 인상적이었다. 우선 부담중량이 유리하지 않았고, 9전 만에 뛰는 첫 장거리 경주에서 초반부터 자리잡기에 실패해 전개가 많이 꼬였다. 외곽을 크게 선회하면서 거리상으로도 손해를 많이 봤다. 그럼에도 앞서가던 말들을 하나씩 앞질렀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3F타임은 36.5초, 2F타임은 24.2초, 다음 경주에 더 뛸 여지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LF타임은 무려 12.5였다. 2000미터 최장거리에서 막판에 더 가속을 하면서 결승선을 통과해 여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중반 레이스가 생각보다 느렸던 점은 있지만 처음 뛰는 장거리에서 이 정도로 확실하게 적응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스프링날리의 이런 스피드와 스태미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난을 통해 여러 번 소개한 씨수말 에이피인디가 이 말의 조부다. 현역시절엔 완벽한 체형과 거리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경주마로 이름을 날렸고, 씨수말로 전환한 이후에는 미국 리딩사이어를 두 번이라 제패했을 만큼 그 후손들의 성적도 뛰어났다.
스프링날리의 부마인 마스터코맨드도 단거리와 중거리에서 크게 활약했던 명마였다. 특히 1800미터 경주거리에선 8승 가운데 6승을 올렸을 만큼 강한 면모를 보였었다. 스프링날리가 4세 후반에 전성기를 맞은 것도 부마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마스터코맨드의 전성기도 4~5세였기 때문이다.
모계도 만만치 않다. 모마인 스프링타이드는 실전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8전1/3/0) 그렇다 치고, 외조부인 언브라이들드스송은 [G1]대회를 여러 번 우승한 명마였다.
부계와 모계가 모두 최장거리 유전인자를 갖고 있고, 혈통상의 배합도 실전 데이터는 나쁘지 않다. 이 계열끼리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경주마는 국내에서 13두가 배출됐는데, 140전을 뛰면서 승률 14%, 복승률 28%, 연승률 40%의 성적을 올렸다. 1군에 진출한 마필은 스프링날리가 두 번째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