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에서 차남 민경찬씨 때문에 또...
▲ 노건평 씨 | ||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 등 참여정부시절 발생한 각종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노 씨가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노 씨는 무슨 혐의로 피소됐을까. 그 속사정을 <일요신문>이 단독 취재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중앙지검에 노건평 씨를 피고소인으로 한 ‘사기 혐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검찰 측 관계자에 따르면 노 씨를 고소한 사람은 G 종합건설 서울지소장을 맡고 있는 S 씨(67)로 확인됐다. S 씨는 노 씨의 처남 민경찬 씨와 2002년부터 사업 관계로 깊은 인연을 맺어왔던 인물로 알려졌다.
민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이른바 ‘650억 펀드 사기사건’의 장본인으로 참여정부 시절 최초의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에 연루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다. 민 씨가 주도한 펀드 사기사건은 지난 2004년 민 씨가 한 시사주간지 인터뷰를 통해 “650억 원의 투자금을 모았다”고 주장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투자회사를 설립했던 민 씨가 45명밖에 안 되는 사람들에게서 단 두 달 만에 650억 원이란 거액을 모았다는 내용이었다.
민 씨의 이런 주장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확전될 조짐이 일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 금감원 등 사정기관에서는 민 씨와 그가 벌이고 있던 사업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민 씨의 ‘650억 펀드 조성’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운영하던 김포 푸른솔병원 운영과 관련해 민 씨가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자작극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운영이 적자를 보이면서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민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와 얽힌 또 다른 의혹들이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우선 민 씨는 청와대 청탁 명목으로 로비자금 1억 1500만여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민 씨는 2004년 재판부에서 징역 2년 2개월, 추징금 1억 2056만 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2006년 말 출소했다.
민 씨가 운영했던 김포 푸른솔병원과 관련된 사기사건도 골칫거리였다. 2004년 재판 당시 민 씨는 병원시설을 임대해 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서 20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민 씨는 출소 후 지금까지도 이 문제와 관련해 각종 송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 씨가 가장 최근 고소를 당한 것 역시 푸른솔병원 운영과 관련해서다. 수원지검 형사 2부는 지난 6월 17일 민 씨가 2002년 푸른솔병원의 장례식장 운영권을 이중으로 임대해 준 혐의로 피소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까지만 해도 민 씨는 “인도네시아에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봤다” “미국 호화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는 등 각종 소문에 시달리고 있었던 상태였다.
민 씨를 소환조사한 검찰은 불구속 기소 상태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민 씨는 이전 사건과 별건으로, 병원 장례식장 운영권을 이중으로 임대해주고 보증금 3억 75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민 씨는 병원 운영 등과 관련 복잡한 채권채무 문제로 각종 송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 불똥이 매형인 노건평 씨에게까지 튀고 말았다. 노 씨가 민 씨의 병원 운영과 관련된 사건으로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노 씨를 고발한 S 씨는 2002년 7월부터 11월 사이에 민 씨에게 종합병원 재개발 사업권을 약속받고 8억여 원의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민 씨는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5층짜리 상가건물을 인수해 10층 405개 병상 규모로 리모델링한 뒤 종합병원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 민경찬 씨 | ||
S 씨 측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민 씨가 구속되자 S 씨는 노 씨를 만나 투자문제를 제기했고, 노 씨 측에서 추가 고소를 하지 않는 대신 8억 원의 계약금을 변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S 씨가 근무했던 G 건설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민 씨가 돈을 안 갚아 노 씨를 만났고, 노 씨가 이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확인해줬다.
이 관계자는 또 “일개 건설사가 당시 대통령의 형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권 실세 집안사람들을 함부로 고소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노 씨가 지금 돈을 건네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정권이 끝날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해 울며겨자먹기로 그냥 지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S 씨 측은 당시 노 씨가 “대신 변제해 주겠다”며 써준 각서 등을 가지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S 씨 측에서 각서 등 증빙서류를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제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민 씨와 G 사의 계약과정에서 노 씨가 직접 개입한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G 사 측의 한 관계자는 “계약은 S 씨가 대표로 나서서 민 씨와 직접 한 것이기 때문에 노 씨가 개입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S 씨는 “아직까지는 언론에 공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자세한 내막을 밝히길 꺼려했다.
검찰은 이번 노 씨 피소건과 관련해 노 씨가 직접 계약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G 사로부터 얻은 이익을 민 씨와 함께 나눈 것이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처남 매부 간의 일이라 하더라도 8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대신 변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기자는 노 씨 측의 반박을 듣기 위해 그의 부인 민미영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통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노 씨의 세종증권 매각비리 1심과 항소심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부산의 정재성 변호사도 “그런 고소가 있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아직도 사람들이 노 씨를 대통령의 형으로 생각하는지 전혀 관련도 없는 사건인데도 고소를 하면 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 변호사는 “(만약 노건평 씨가) 대신 변제를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범죄 사실이 성립된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 변호사는 노 씨의 근황에 대해선 “당연히 잘 지내지 못하고 있고 요즘 건강이 안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과연 노 씨 피소 사건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분명한 것은 노 씨가 이로 인해 다시 한번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노 씨가 다시금 불미스러운 일로 법정에 오를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검찰 수사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