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매년 연말이 되면 국가예산을 얼마만큼 확보했는지를 두고 자치단체가 일희일비한다.
전북도는 올해도 2년 연속 ‘6조원’을 달성했다며 자축했다. 그러나 대규모 SOC사업의 마무리로 1천억원 가량 국가예산의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부정적인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심지어 도내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이를 놓고 지역 언론과의 파열음까지 내고 있다. 익산시는 5일 ‘내년 국가예산 곤두박질’이라는 지역 언론 보도를 놓고 해명 보도자료를 내놓는 등 해당 매체들과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국가예산이 반토막 났는데도 지역 언론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자치단체장도 있어 대조적이다.
광주시는 지난 3일 내년 국비예산은 1조6천585억원이며, 전년대비 936억원이 증액돼 6%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상한 점은 무려 1조4천988원이나 줄었는데도 되레 증가했다고 밝힌 것이다.
여기에는 민선6기 윤장현 광주시장의 시민에게 시와 관련한 올바른 데이터를 알려주자는 시정 철학이 숨겨져 있다. 윤 시장은 취임 직후 국비 예산액과 관련해서는 타 지역과 연계돼 지역별로 중복 계상된 국가사업 예산을 실적에서 빼도록 했다.
당장은 타 지역이나 전년에 비해 실적이 축소된 듯 보이겠지만, 데이터 부풀리기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것이 광주발전에 보탬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광주시가 밝힌 2014년도 국비 3조1천573억원 중 KTX 건설비 1조1천477억원, 88고속도로 4천243억원 등은 타지역과 연계된 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1조6천585억원만이 순수한 국비라는 게 윤 시장의 생각이다.
이 같이 과대홍보를 지양하는 윤 시장의 행보에 대해 ‘시민시장’다운 신선한 시도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예산만큼 정치에 가까운 정책도 찾기 어렵다. 예산을 잘 따내지 못해 지자체장과 정치인이 차기 선거에서 바뀐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지자체장들이 국가예산 확보 과잉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전북도와 익산시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예산의 중복 계상은 양면의 날을 가진 칼이 될 수 있다.
전북예산 ‘6조원 시대’는 김완주 전 도지사의 버전이다. 송하진호(號)는 ‘6조’의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류의 ‘전임자 흔적지우기’라면 박수 받을 일이다.
물론 국가예산 확보는 지역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실이 있는가의 여부다. 고름을 덜어내는 것은 아프다. 그러나 불신의 병으로 커나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 일 또한 송하진 지사가 오늘 오전 긴급 폭설 대책회의에서 공무원들에게 말한 ‘공심(公心)’이 아닐까.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