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앞두고 예상 밖 ‘낙하산’이…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선 ‘외풍’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포스코는 다른 대기업들과 다르게 보통 3월에 있는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 인사를 실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올해가 가기 전에 사장·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연구원 출신 권오준 회장의 업무 파악이 끝난 데다 구조조정의 필요성, 내년 사업 전략·추진이 절실하다. 또 연말에 사업 계획을 세웠음에도 3월에야 인사를 실시한 탓에 종종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는 것도 이유다.
무엇보다 권오준 회장이 본격적으로 포스코의 체질개선에 나설 시기에 들어섰다는 점이 조기 인사의 배경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3월에 실시하던 정기 인사를 이번에는 앞당겨 단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기와 기준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지난 3월 취임 이후 권오준 회장이 줄곧 ‘성과보상’, ‘신상필벌’ 등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들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계열사의 경우 그 폭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포스코의 정기인사는 당초 지난 12월 첫 주에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미뤄졌다. 지난 4일 포스코특수강 지분 52.3%를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서를 체결한 것이 계기가 돼 조만간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은 이미 지난 8월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지난 4개월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해 연내 매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세아베스틸과 주식매매계약을 함으로써 마침내 권오준 회장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이 사실상 포스코 구조조정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특수강 매각으로 힘을 받은 권오준 회장이 조기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정기인사에서 어떤 성향을 드러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맡은 데다 기대하는 시선도 많은 터여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인사가 권오준 회장의 방향과 포스코의 앞으로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정기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포스코 내에 권오준 회장 ‘라인’이 부각되거나 낙하산 인사 혹은 ‘관피아’ 가능성이 엿보여서다. 이 같은 우려는 포스코가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출신 정 아무개 씨를 대외협력실장으로 영입한 데서 비롯한다. 정 실장은 지난 6월 포스코에 입사하려다 ‘관피아’ 비난이 거세게 일자 입사가 취소될 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정 실장을 영입했고 지난 11월 13일 대외협력실장으로 부임했다. 게다가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하기 직전 부임한 터여서 비판의 강도는 더했다.
‘관피아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2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은 ‘소속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의 업무’로 확대됐다. 이에 따르면 포스코와 업무 관련성이 짙은 산업부 출신 정 실장은 포스코 입사가 제한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6월 입사를 취소한 게 아니라 보류·중단했던 것”이라며 “대외협력실장 자리는 이전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가 맡았던 자리고 대체 인물이 없어 입사를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포스코의 대외협력실장 자리와 업무가 그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의 능력이 그만큼 출중한지는 의문이다. 이 관계자는 “공석 상태로 계속 둘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1월 28일 ‘2015년 아시아 철강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아시아지역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포스코의 경우 비철강사업 부문 실적 개선이 이익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의 수익성 개선 전망은 긍정적이나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철강사업 부문의 구조조정을 시사한 권 회장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가운 예측은 아니다. 철강사업 강화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권오준 회장이 예년보다 빨리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정기인사에서 어떤 포석을 내비칠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