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계열’ 종로학원 하늘교육에 피인수 막후

이제야 ‘제짝’ 찾아… 어색한 동거 끝!

[일요신문] 지난 11월 28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학원인 종로학원이 하늘교육에 매각됐다. 종로학원은 창립자인 정경진 회장의 장남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 대주주였다.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사위다.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사람이나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 두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본다. 따라서 종로학원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였다. 지난 2005년 정 사장은 정경진 회장으로부터 종로학원을 물려받았고 지난 2010년 정 사장은 현대카드 등 3개 회사의 대표를 수행하는 업무 부담을 이유로 종로학원 대표에서 사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가업인 종로학원을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에 매각했다.

정사장은 종로학원 주식 100%를 하늘교육에 매각하며 전통의 재수종합학원(재종학원)인 종로학원과 현대차그룹의 어색한 동거도 막을 내렸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경영을 맡은 이후 종로학원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태영 사장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매각한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사항은 정 사장의 사적 영역인 만큼 더 이상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그간 아버지가 설립한 회사이자 한 해 1000명이 넘는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던 학원계 대표 브랜드 경영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아왔었다고 전해진다. 정 사장이 하늘교육을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진원 하늘교육 사장은 서진근 중앙학원 회장의 아들로 정 사장과 마찬가지로 학원 창업자 1세대에 이어 회사를 맡은 2세다. 

서진원 하늘교육 사장

서 사장은 또한 종로학원의 20년 지기 사업파트너였다. 지난 1996년 서 사장은 정 사장의 부친 정경진 회장을 설득해 종로엠스쿨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는데 큰 힘이 됐고, 현재까지도 연계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한다. 정 사장은 매각 보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사 매각이) 몹시 아쉽지만 믿음직한 20년 지기가 맡아주어서 다행. 훨씬 큰 교육기업인 하늘교육 아래에서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종로학원 매각은 직원도 모를 정도로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우리도 매각 소식은 보도를 통해 접했다”고 말하면서 “구체적인 가격이나 매각 사유 같은 것은 모른다”고 밝혔다. 업계에는 매각 가격이 400억 원대라고 알려져 있다. 하늘교육 관계자도 “매각 대금은 대외비다. 다만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종로학원의 부동산까지 산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최근 학원업계에서는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지난 5월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실패했다. 10월 23일에는 ‘입시 3강’으로 꼽히는 스카이에듀를 성인교육 시장에 강점을 보이는 영단기(ST&컴퍼니)가 인수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 숫자가 줄고 교육부의 EBS 수능 연계가 시작된 뒤 학원업계의 ‘서바이벌 게임’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학원업계의 침체를 학원업계 내부 문제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유독 변화 없이 똑같은 모습만 보여 왔다는 것이다. 온라인 학원업계 관계자는 “종로학원은 재종학원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시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교육시장의 침체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성적향상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교육업체라면 확실한 철학을 갖고 학생들의 성적이 실질적으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학생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늘교육은 “종로학원과 합병 이후 해외사업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적절한 시점에 IPO(기업공개·상장)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