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내사종결ㆍ수사관 전보 ‘아리송’
▲ 서울중앙지검(사진)이 A 씨의 비리 의혹에 대한 내사를 중단한 것을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 ||
각종 비리의혹 사건에 A 씨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A 씨가 B 건설사 대표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의 뇌물을 챙겼다는 소문이 사정당국 주변에서 끊임없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또 A 씨가 6월 지방선거 공천 청탁 명목으로 수도권 현역 단체장으로부터 10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도 불거졌다.
건설업계 주변에서는 A 씨의 사촌동생이 대표인 C 건설사가 특정지역 대형 건설사업을 독식할 수 있었던 배경에 A 씨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여권 핵심 실세인 A 씨와 관련한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지자 검찰도 은밀히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라는 속담처럼 한두 건도 아니고 각종 비리사건에 A 씨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의혹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검찰이 은밀히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최근 기자와 만난 대검의 한 관계자는 “여권 거물급인 A 씨와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나돌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사실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내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A 씨의 비리 혐의를 잡지 못하고 내사를 종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검찰이 A 씨에 대한 내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를 일부 포착했지만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 내지는 은폐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 씨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 사건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나 ‘설’ 수준을 넘어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 데다 여러 정황상 A 씨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개연성 또한 높은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A 씨의 사촌동생이 대표로 있는 C 건설사가 현 정부 출범 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분명 A 씨의 입김이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실제로 C 건설사는 특정 지역 대형 건설사업을 독식하는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사세가 크게 확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C 건설사는 서울 D 구에 유일하게 지점을 두고 있는데 D 구청장이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대형 건설사업을 독식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최근 기자와 만난 D 구청 소재 중소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C 건설이 지난 한 해 동안 D 구청에서 수주한 100억대 건설사업만 2~3건이나 된다”며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C 건설이 D 구청 내 대형 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는 배경에는 분명 특혜 내지는 정치적 커넥션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D 구청과 건설업계 주변에서는 C 건설 대표가 여권 실세인 A 씨의 사촌동생이라는 사실에 미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A 씨 비리 의혹 사건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뒷말이 나돌고 있다. 검찰은 A 씨에 대한 내사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지난해 말부터 A 씨 비리 의혹 사건을 은밀히 내사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A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수사관이 갑자기 전보 발령을 받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는 상명하복 관계가 철저한 검찰 조직 특성상 수사관이 항명을 하자 좌천성 전보 발령을 낸 게 아니냐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나도는 등 A 씨 내사를 둘러싼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A 씨 비리 사건을 내사했던 수사관이 A 씨 비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일부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으나 검찰 윗선에서 내사 중단을 명했고, 수사관이 이를 거부하자 타 부서로 발령을 냈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검찰 소식에 정통한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A 씨에 대한 내사 과정에서 A 씨가 B·C 건설사로부터 10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특히 검찰은 A 씨가 자신의 내연녀를 통해 뇌물을 수수한 정황을 잡고 내연녀의 금융계좌 및 A 씨의 일정 등이 담긴 개인 다이어리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해줬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은 내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경기도 L 단체장도 B·C 건설사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A 씨와 L 단체장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도 이를 축소·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A 씨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과 더불어 검찰의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A 씨 의혹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팀을 꾸리고 은밀히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A 씨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내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고도 사건을 서둘러 종결했다는 점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관련 정보 및 증거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특히 검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A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수사관이 갑자기 타 부서로 발령받은 배경과 관련해 검찰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정권 핵심부 차원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시도 여부도 철저히 파헤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와 관련 1월 27일 기자와 만난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정치공작분쇄비대위’를 중심으로 A 씨 비리 사건 자료를 전방위적으로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권력 핵심부와 검찰이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A 씨의 비리 혐의를 파악하고도 은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여권은 극심한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여권 핵심 실세인 A 씨의 정치적 비중과 역할을 감안할 때 그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 중 일부라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권력 핵심부와 검찰이 사건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여권 전체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세종시 문제로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적전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여권 실세인 A 씨의 비리사건이 터질 경우 여권은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여야의 사활을 건 ‘올인’ 승부가 예고되는 6월 지방선거 정국을 앞두고 야권은 A 씨 비리 의혹 및 정권 차원의 사건 은폐 논란을 어떤 식으로든 수면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여권이 A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수사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정치권 전체를 화염에 휩싸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휘발성이 강한 ‘A 씨 비리 의혹 사건’ 시한폭탄은 과연 폭발할 수 있을까. 정치권에 태풍전야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