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제품보다 두 배 비싼 가격에 소상공인 부담, 전국 등록 3482대 그쳐…신고 절차 홍보 부족에 공식 민원도 0건

만약 이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 사실을 아는 모든 국민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수 있다. 진정 접수 이후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때에는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위반 횟수에 따라 세부적으로 책정된다. 1회 위반 시 900만 원, 2회 위반 시 1500만 원, 3회 이상 위반 시에는 24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구조다.
장차법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이 부과될 소지도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차별 행위로 피해를 입은 노약자나 장애인으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또한, 악의적 차별 행위에 해당될 경우 사업주가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악의적 차별 행위인지는 고의성·지속성 등의 요건을 갖췄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장차법 시행령과 함께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도 키오스크 설치·운영자가 취약계층의 정보접근 및 이용 편의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차법 시행령과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소관 부처고, 기술적 관점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쓰기에 키오스크가 적합한 표준을 갖추었는지 판단해 규제한다. 현재는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 등이 ‘디지털포용법’으로 통합됐다.
문제는 장차법 시행령과 디지털포용법 시행령 모두 광범위한 의무화 예외·대체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장차법 시행령은 바닥 면적 50㎡ 미만의 소형 매장이나 각 좌석에 테이블 오더형의 소형 제품을 설치한 경우, 혹은 직원 호출벨을 설치한 경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를 대신한 것으로 본다.
디지털포용법 시행령 역시 키오스크 설치·운영자가 ‘보조 인력 배치’, ‘실시간 음성 안내 서비스 제공’, ‘검증기준 충족 기기 설치’, ‘호환 SW 제공’, ‘보조 응용SW 제공’ 가운데 하나 이상의 조치를 이행할 경우 법적인 의무를 충족한 것으로 본다. 단, 호환 SW와 보조 응용 SW는 비취약계층과 동등한 수준으로 접근 및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이처럼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는 허용 범위가 넓다 보니, 많은 매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기기 교체 대신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물리적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기기 자체의 보급 속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차별금지법·디지털포용법 시행령이 상위 법률의 접근성 보장 내용을 축소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월 13일 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시행령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재화·용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법적 의무를 무력화하는 위헌적 입법”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 자체도 보급률 저하에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키오스크 가격은 200만~300만 원 수준이지만, 배리어프리 제품은 400만~700만 원 선으로 두 배 이상 비싸다. 정부 보조금이나 소상공인연합회의 지원 사업 등이 존재하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선 이미 일반 키오스크에 대한 비용을 할부로 지불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중 부담을 호소한다.
서울 중구의 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심 아무개 씨는 “뉴스로도 보고 자영업자 카페 등에서 얘기가 많이 나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 시행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요즘에 장사도 잘 안 되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김 아무개 씨는 “우리 가게는 포장 손님이 많아 입구 앞에 키오스크를 두고 있는데, 추가로 테이블 오더 기기를 설치할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해당 정책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한 이용자는 “100평 정도 매장을 운영 중인데, 매출도 반토막이라 직원 월급도 겨우 주고 있다”면서 “기존 키오스크 할부도 남아 있는데 이거 꼭 설치해야 하냐?”는 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정부 지원은 2년 의무 사용 조건이 있고, 가게가 비좁아 키오스크 넣을 공간도 없다”면서 “사회적 약자의 상황도 이해하지만 너무 불합리한 법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매장이 존재함에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미도입 매장에 대한 신고 체계가 제대로 홍보돼 있지 않고, 사후 신고가 없으면 정부 차원의 선제적 현장 단속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는 통계 위주의 정부 실태조사가 전부이며, 보건복지부와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직접 민원이 접수돼야만 의무화 위반 매장에 대한 현장 조사가 비로소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일요신문i’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미도입과 관련된 공식 민원 접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이는 현장의 위반 사례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불편을 겪은 취약계층이 해당 사실을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통해 민원을 접수해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결과적으로 행정 당국의 홍보 부족이 제도 안착을 저해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5년 12월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 보고서에서는 “호출벨과 보조인력 등 대체 수단만으로 법적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는 구조는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언제든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권의 핵심 취지와 배치된다”고 한계를 지적하면서 “정책을 취약계층이 실제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체감하는 ‘접근성의 수준’을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신고 절차 마련이나 소상공인 부담 완화 등 제도의 한계를 보완할 방법도 제시한다. 김나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신고나 구제 절차 등도 마련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공공 주도의 렌탈·구독형 지원 방식 도입,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된 전 주기적 바우처 지원 방식 전환 등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정책 접근성 수준을 제고하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 또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