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가 포주의 ‘버팀목’?
▲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
업소 주변엔 N 룸살롱이 관할 구청이나 경찰 직원과 유착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란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업주와 관련된 경찰 및 공무원 수가 100여 명에 달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유흥업주와 공무원의 유착 의혹으로 비화되고 있는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강남구 논현동 N 룸살롱의 성매매 알선 행각은 A 양의 문자 한 통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가출 후 생활비가 필요했던 A 양은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뒤지다 유흥업소 광고를 접하게 됐다. 다른 일보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A 양은 업소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이내 후회하기 시작했다. A 양은 고민 끝에 부모에게 ‘너무 힘들다’는 문자를 보냈고, A 양을 찾아 업소를 단속한 경찰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3월 4일 미성년자를 고용해 성매매 등을 알선한 혐의(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N 룸살롱 업주 박 아무개 씨(38)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16명 중 유흥주점 관계자와 성매매 여성들은 10~11명이고 나머지는 성매수 남성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히 업주 박 씨가 지난 10년간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100여 명의 공무원과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통화 상대의 신원을 조사하고 있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내부 면적만 1038㎡(314평)에 이르는 N 업소는 강남 유흥가 중에서도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N 룸살롱 업주 박 씨 등은 지난 1999년 이후 10년 넘게 미성년자를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수 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업소는 10여 차례 상호를 바꿔가며 영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성매매 미수범은 처벌 규정이 없어 현장에서 체포가 어려웠던 만큼 경찰의 체포 망을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업소 이름이 변경됐다 해도 장소와 업주가 동일했던 만큼 N 업소가 경찰 등 공무원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성매매 업주들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오래 전부터 문제돼 왔다. 지난 2008년 장안동 일대의 성매매 업소 단속이 강화되자 업주들이 ‘상납 경찰관 리스트’를 공개하겠다며 오히려 경찰을 압박한 사실은 경찰과 유흥업주의 유착 관계를 방증하고 있다.
장안동 사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유흥업주와 경찰의 유착 비리는 올해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월 성매매 업소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업주에게 먼저 연락해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유흥업소의 불법 영업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상습적으로 돈을 챙겨왔던 경찰관 21명이 파면 및 해임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경찰관 유착비리 사건이 계속 터지자 서울지방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전화 통화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는 물론 면담과 회식 등 불법 업소와의 접촉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하달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의 현직 경찰관 3만 5000여 명 모두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받기도 했다. 경찰 공무원의 비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경찰청의 극약처방으로 풀이된다. 그 후로 경찰은 불법 유흥업소 단속 과정에서 업주와 종업원들과 통화한 사실이 있고, 합리적인 소명을 하지 못하면 징계를 받도록 조치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청이 강력한 비리 척결 방침을 발표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경찰 수뇌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초경찰서는 업주들의 휴대전화 2대의 통화내역을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일부 언론이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초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확인결과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초경찰서에서 아직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통화내역을 조회한 후 관련 공무원 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될 경우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수사권이 넘어올 것 같다. 아직까지는 서초경찰서에서 성매매 업주를 상대로 알선행위와 경찰과의 유착 관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 유착 의혹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사전에 배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단순한 성매매 사건을 넘어 유흥업주와 공무원의 유착 비리 사건으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논현동 N 룸살롱 성매매 알선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