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회생계획안 냈지만 자금조달 소명 실패…MBK 지급보증 거부, 채권자·노동자 손실 현실화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7월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앞서 법원은 홈플러스 측에 2000억 원 규모의 추가 운영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요구해 왔다. 홈플러스는 가결 기한을 앞둔 6월 30일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을 제출했지만 법원이 요구한 수준의 자금 조달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수정안에서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고 인력과 비용을 줄이는 자구노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남은 점포의 영업을 정상화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 대형마트 본체를 슬림화해 다시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구안만으로 영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회생신청 이후 납품 차질과 매대 공백, 온라인 배송 중단까지 겪으면서 홈플러스가 정상 영업을 이어가려면 단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상품 매입과 운영을 뒷받침할 현금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매출은 줄어드는 반면 직원 급여, 물품대금 등 회생절차 중 우선 갚아야 할 공익채권은 계속 늘어나면서 법원이 요구한 구체적인 운영자금 조달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납품업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급보증이 필수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그간 협력업체 미수금과 향후 대금 지급 불확실성 탓에 납품 차질을 겪었다. 협력업체들이 다시 상품을 넣으려면 기존 미수금 처리와 향후 상품대금 지급보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동일한 상황이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NS홈쇼핑이 인수한 이후 납품업체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면서 상품 공급이 재개됐고 이를 바탕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점포 운영을 정상화했다.

그러나 MBK가 추가 지급보증이나 자금 투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MBK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고 보통주도 소각한 만큼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유인이 적다. 차일피일 운영을 연장하면서 계속 고정비만 드느니 조속히 청산되는 게 MBK 입장에서는 나은 일”이라며 “결국 강제 청산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가라도 낮췄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사실상 청산이 최종 해답이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는데 여기까지 질질 끌었다”고 말했다.
#보호막 사라지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되면 채권자별 권리 행사와 자산 매각 압박이 본격화된다. 청산으로 갈 경우 채권자별 회수 가능성도 엇갈린다. 선순위 담보권자인 메리츠는 다른 이해관계자보다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회수율은 담보 부동산의 매각가에 달려 있다. 올해 초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담보 가치는 2조 7000억 원 수준이지만 메리츠가 자체적으로 보는 가치는 1조 5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 60여 개 대형 부동산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 제값을 받기도 어렵고 다 팔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단기사채 투자 피해자 등 후순위 채권자 사이에서는 청산 절차로 가더라도 회수 가능 금액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순위 담보권자와 공익채권자가 먼저 변제받고 나면 후순위 채권자에게 돌아갈 몫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회생절차가 연장돼 새 DIP 금융이 투입되는 것보다 청산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DIP 금융은 공익채권 성격으로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되는 만큼 기존 피해자들은 변제 순위에서 더 뒤로 밀릴 수 있다.

노동조합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법원 결정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는 대주주 MBK와 채권단 메리츠는 물론 정부와 법원까지 모두가 책임을 외면한 결과”라며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업주, 가족들의 생존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긴급조치와 MBK에 대한 수사, 사법적 책임 추궁을 요구하며 긴급투쟁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일요신문에 “MBK는 대주주로서 자금 투입과 지급보증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해야 하고, 메리츠도 고금리 금융으로 이익을 얻어 온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부도 산업은행 등을 통한 DIP 금융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 절차상 홈플러스가 곧바로 파산·청산 수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고, 항고 과정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소명하면 회생절차 재개를 다시 다툴 여지는 남아 있다. 이 경우 사건이 상급심으로 넘어가기 전 원심법원이 스스로 폐지 결정을 취소하는 ‘재도의 고안’ 절차를 통해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다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즉시항고를 통해 폐지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번 결정의 핵심 사유가 자금 조달 방안 부재였던 만큼 2주 안에 MBK의 지급보증이나 신규 자금 유입 등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박현근 파산회생변호사회 변호사는 “즉시항고를 하면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그 기간 동안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변동사항이 없는 만큼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