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추 ‘릴레이 토론회’ 홍보효과 톡톡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박영선 의원과 추미애 의원은 같은 날 같은 장소서 잇따라 토론회를 개최해 집중조명을 받았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여야 각 혁신위의 혁신안 추진에 따라 후원금 모금을 위한 의원들의 연말 출판기념회는 올해 거의 실종된 상태다. 반면 각종 현안과 담론을 갖고 진행되는 토론회는 여전히 활발하다. 이러한 행사는 이목이 집중되는 연말 시즌을 맞아 지난 한 해 각 의원들이 집중해 왔던 각종 관련 현안과 그에 따른 성과를 대외적으로 되짚어 보고 알리는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국회 내 공간은 무척 한정적이다. 그 공간 대부분은 의원회관 2층에 집중돼 있다. 연말 기간 이곳이 붐비는 이유다. 현재 이곳에는 432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을 비롯해 소회의실 2곳(각 110석 규모), 세미나실 3곳(70~100석), 간담회실 11곳(20~40석)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헌정기념관에 위치한 253석 규모의 대강당이 있다. 현재 의원들의 의석수를 고려한다면 결코 넉넉하다고 볼 수 없다.
연말 행사 대관은 각 의원실에서 치러야 할 전쟁이나 다름없다. <일요신문>이 국회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이미 12월 한 달 동안 대관 스케줄은 거의 포화 상태였다. 각 의원실은 국회 내 마련돼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예약 전쟁에 임한다. 예약 원리는 선착순이다. 미리미리 계획을 잡고 대관 예약을 한다면야 여유있게 행사를 치를 수 있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당직자의 말을 들어보자.
“연말의 국회 일정이라는 게 무척 유동적이다. 올해야 기한 내 예산안을 합의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를 일일이 고려하려면, 조속한 대관 예약 자체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국회 및 당내 일정이 여유가 있는 시간은 다른 의원들도 다 마찬가지로 여유가 있다. 이 시간대는 경쟁이 붙어 예약이 쉽지 않다.”
가장 인기가 좋은 시간대는 비교적 당내 일정과 국회 일정이 여유로운 목요일 오후며,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대는 월요일 오전이라고 한다. 월요일 오전은 응당 당내 주요 일정 시간대와 겹치기 마련이다.
혹자는 미리 대관 예약을 하되, 경우에 따라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면 그만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의원들에게 할당된 대관 사용권은 연간 20회다. 또 운영 내규에 따라 대관 예약을 취소할 경우, ‘벌점’이 부과된다. 당일 취소는 ‘3점’, 3일 이내 취소는 ‘2점’, 4~10일 내 취소는 ‘1점’이다.
벌점 1점을 받으면 연간 대관 사용권 20회 중 1회를 박탈당한다. 예를 들어 한 의원실에서 당일 대관을 취소하면, 벌점 3점으로 기존의 20회 사용권 중 3회가 박탈돼 17회밖에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운영의 묘’가 요구되는 셈이다. 한 베테랑 보좌관은 이를 두고 ‘선택과 집중’이라 표현했다.
“연간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사용권을 쓰면 낭패를 본다. 아예 벌점까지 계산해가며 사용권을 아껴두는 것이 하나의 노하우다. 연말 행사를 앞두고 최소한 세 번 정도 변경을 각오하고 사용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장소 선택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행사 주제와 주최하는 의원들의 인지도 및 무게감에 따라 참여 인원도 각양각색이다. 또 다른 보좌관은 “무턱대고 큰 공간을 대관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일례로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논란이 한창일 때 한 의원실에선 ‘재난 안전 관리’와 관련한 토론회를 대규모 회의실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연히 회의실은 휑했다. 시기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며 “정작 그 의원실은 세월호 참사로 안전 관리가 이슈로 떠오른 시기엔, 거대 정치 담론을 토론회 주제로 들고 나와 주변을 갸우뚱했다”고 귀띔했다.
대관에도 ‘시너지효과’가 존재한다. 방송 뉴스 앞에 인기 일일드라마를 편성해 뉴스의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일례로 지난 12월 8일,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오전 10시에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다음 시간대인 오후 2시는 같은 당의 추미애 의원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각각 ‘오픈프라이머리’, ‘정당혁신과 리더십 복원’이었다. 두 의원은 당내 묘한 경쟁 구도에 있는 여성 중진 의원으로 각각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언론에선 잇달아 진행된 두 의원들의 행사를 보다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두 의원 모두 ‘윈-윈’ 한 셈이다.
참석자 역시 당일 행사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다. 내빈 참석은 기본적으로 ‘품앗이’다. 서로 인연이 있는 의원들이라면, 각자 행사에 돌아가며 내빈으로 참석하는 게 기본이다. 행사의 격을 상승시키는 내빈은 역시 당대표다. 당대표의 내빈 참석과 관련 발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행사의 격이 달라진다. 당대표 입장에선, 이러한 각 의원들의 연말 행사 참석이 주요 일정이기도 하다.
여기에 상대 당의 거물급 인사가 참석한다면, 그 행사의 격은 더욱 상승한다고 한다. 이는 희소성과 행사 이미지 면에서 큰 플러스 요인이라는 후문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패널 섭외도 치열 몇몇 폴리페서 겹치기 출연 ‘눈살’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어차피 섭외할 수 있는 인력풀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일부 폴리페서들의 도가 넘는 겹치기 출연은 분명 문제”라며 “한 사립대 교수는 당일 여야를 넘나들며 세 곳의 토론회에 잇달아 출연한 경우도 있었다. 이 교수의 몇몇 발제문은 간단한 윤색으로 돌려막기를 한 경우도 허다했다. 이러한 패널들의 발제문은 당연히 성의도 없고, 토론회 전체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겹치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하나는 이러한 인사들 대부분 결국 정치권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결국 돈이다. 이러한 행사 대부분 국회 사무처에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패널 출연료가 20만~30만 원으로 규정돼 있지만, 월급쟁이들로서는 쏠쏠한 부가 소득인 셈”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