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살해 전 성폭행까지…
▲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직업이 없던 오 씨는 집과 PC방을 전전하며 오로지 게임에만 열중해왔다. 게임 중독을 염려한 어머니는 오 씨에게 온라인 게임을 그만하라고 권유했지만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었다.
그러던 2월 7일 오후 1시께 오 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낮잠을 자던 어머니를 성폭행 한 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게다가 범행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거실에서 4시간 가량 TV를 본 뒤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숨진 오 씨 어머니는 2월 14일 설을 맞아 집을 찾아온 오 씨의 형에 의해 발견됐다. 모텔과 친구 집을 오가며 은신하던 오 씨는 인근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16일 경찰에 검거됐고, 범행 사실 일체를 자백했다. 의정부지검은 3월 4일 오 씨를 존속살해 및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오 씨의 친모 살인사건 이후 사회 각계에서는 게임 중독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8년 이후 인터넷 과다 사용자가 정상 사용자보다 높은 대뇌활동성과 충동성을 보여 강력한 자극을 찾아 헤매게 된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씨에게는 게임 중독 보다 더 큰 문제가 내재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 씨는 복잡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를 오가며 생활해왔다. 3월 11일 기자와 통화한 검찰 관계자는 “오 씨가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불화가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했다”며 “어머니가 자신이 증오하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하자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씨의 친모 성폭행과 살해가 게임중독에 의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오 씨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만큼 게임중독과는 관련이 적다고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오 씨가 그동안 부모에 대해 가지고 있던 증오심이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돼 발생한 것이다. 친모에 대한 억제된 분노가 성폭행을 유발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정황으로 오 씨는 어머니와 대화를 단절한 채 게임에 더욱 매달렸고, 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기는 했으나 오 씨에게는 우울증 등 정신치료 이력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오 씨는 성폭행 및 존속살해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고, 검찰은 그를 구속기소한 상태다. 그의 공판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