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율만 본다고? ‘주로빠르기’도 따져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6~7일 렛츠런파크서울에서 경마 기록을 체크해온 분들은 이 경마일을 기준으로 기록이 현저하게 느려졌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보다 적게는 1초, 많게는 3초가량 기록이 느리게 작성됐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같은 경주마가 같은 경주거리에서 뛰면서 낸 주파기록이라 하더라도 이 날 이전의 기록과 이후의 기록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똑같은 평가를 하면 엄청난 오류를 낳게 된다. 이런 기록은 그날 기록을 감안해 가감을 해야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12월 6~7일은 무거운 주로상태로 바뀐 분기점으로 꼭 기억해야 한다.
만약에 그 이전에 뛴 경주마와 6~7일 사이에 뛴 경주마가 같은 편성에서 만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일반팬들은 당연히 6일 이전에 뛴 말에 베팅을 할 것이다. 기록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주로의 변화를 체크해온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접근한다. 기록이 1~2초 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능력의 차이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록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기록에 제법 눈을 뜬 많은 분들은 수분함수율, 즉 주로가 건조하냐 불량하냐 등으로 나눠 평가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특별한 변화에 대처할 수 없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필자는 나름대로 매 경마일마다 주로빠르기를 계산한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3위 이내 입상마들의 과거의 평균 스피드지수와 경주 당일의 스피드지수를 비교해 그 차이를 산출해 미리 가감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일반팬들이 따라하기는 어렵다. 모두가 필자처럼 전산에 익숙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사회에서 발표하는 주로빠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마사회에선 경주일마다 주로빠르기를 ①부터 ⑩까지 10단계로 발표한다. 참고로 지난 6~7일의 주로빠르기는 ⑦이었다. 한주 전의 서울경마장 주로빠르기는 토요일은 ⑤였고 일요일은 ③이었다. 숫자가 작을수록 빠르고 숫자가 클수록 기록이 느리다. 이를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눈여겨보면서 실전에 활용하다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필자의 스피드인덱스와 마사회 주로빠르기를 비교해보니 보통 숫자가 한 단계 올라갈수록 0.5초 이상 차이가 났다. 건조주로 상태에서 평소의 주로빠르기는 ⑤ 혹은 ⑥이다.
그래도 주로빠르기에 대해 이해가 잘 안되고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경마팬들은 다 무시하고 아주 단순하게 접근해보길 권한다. 주로빠르기가 ⑤나 ⑥일 때의 데이터만 비교하고 나머지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 능력(SF타임)은 주로 빠르기와 상관없이 활용을 하는 것이 좋다. 불량이나 포화주로가 아니라면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전개 추리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의 분석은 소홀히 해선 안된다.
김시용 프리랜서
경주편성서 센 말 고르기 ‘기준기록’ 정하면 능력 차이 한눈에… 이 말은 이 경주편성에서 어느 정도로 센 말일까. 기록을 분석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거의 모든 예상지에는 직전경주 해당거리 기록이 나와 있다. 이 기록 중에서 비정상적인 주로(불량 포화 다습)에서 작성한 기록을 제외한 다음 남은 기록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기준기록으로 정한다. 가령 1200미터 기록에서 1:16.0(건조)가 기준기록으로 정해지면 최근 5개경주를 보면서 이 기록보다 좋으면(1:15초대) 삼각표(△), 많이 좋으면(1:14초대) 동그라미(○), 압도적으로 좋으면(1:13초대 이하) 쌍동그라미(◎), 비슷하면(1:16초대) 등호(=), 조금 처지면(1:17초대) 마이너스(―), 현저히 처지면(1:18초대) 가위표(×)를 기록 위에 표시한다. 여기서 감안해야 할 점은 주로상태다. 해당기록이 다습한 주로에서 작성한 기록이면 한 단계, 포화나 불량주로에서 작성한 것이면 두 단계 낮춰서 표시한다. 이렇게 해서 표시해놓은 기호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주의 혼전도나 개개 마필의 객관적인 능력과 이번 편성에서의 포지션을 알 수 있다. 경주거리가 다를 때는 그 거리에 맞는 기준기록을 다시 정하면 된다. 이 기록도 예상지에 친절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앞서와 같은 방법으로 하면 기준기록을 쉽게 정할 수 있다. 필자는 제주경마를 분석할 때 간혹 이 방법을 사용한다. 세밀하고 정밀한 분석은 안되지만 마필 간의 능력 차이와 최근의 걸음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 순위에 가려져 있는 기록 우수마를 찾아내면 고배당도 맛볼 수 있다. 사고를 치는 말들은 보통 꼴찌에 가까운 순위 때문에 외면 받는 기록우수마들이기 때문이다. 선행 갈 말과 2선에서 따라가는 말을 찾아내는 요령도 이 같은 방법으로 하면 쉽다. 해당거리 최근기록 분석란에서 SF타임 최고기록을 기준기록으로 정한 다음 최근 5개 경주에서 이 말보다 빠른 말과 느린 말을 체크하는 것이다. 추입마의 능력을 알아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록상 입상권에 있는 추입마들 중에서 마지막 200미터 기록(LF타임)이 좋은 말들을 추려내면 기록분석은 거의 완성되는 셈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경마에서도 이처럼 기준기록을 정하면 능력비교가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