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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영상 속 여성은 결국 총을 맞고 피를 튀며 죽게 된다. | ||
요즘 들어 상당수 네티즌들이 하소연처럼 내뱉는 말이다. 실제로 벌어진 권총살인이나 신체절단 장면을 그대로 담은 ‘잔혹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납량특집’ 등의 이름으로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스너프 필름’이 바로 그것. 스너프 필름(snuff film)은 살인을 하거나 신체를 절단하는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찍은 충격적인 동영상을 뜻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동영상이 최근 무차별적으로 전자우편을 통해 유포되면서 네티즌을 전율케 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이 섬뜩한 동영상이 여과없이 전달되고 있어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의 경우 스너프 동영상을 돌려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스너프 동영상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해 이 ‘엽기적 납량물’의 무작위 배포를 막을 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체 과장인 김철형씨(34)는 며칠 전 출근한 다음 평소와 다름없이 이메일을 확인한 후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다. 잘 아는 후배가 장난삼아 보낸 전자메일이 다름 아닌 ‘스너프 필름’이었던 것. 동영상 형태의 이 스너프 필름에는 잔혹한 살인 장면 등이 담겨져 있었다. 김씨는 그날 하루종일 문제의 동영상이 눈앞에 아른거려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요즘 김씨처럼 잔혹한 내용이 담긴 스너프 필름 때문에 충격을 받는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 충격적인 동영상은 애초 해외의 불법적인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 일부 네티즌들에게 퍼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여러 종류의 스너프 필름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사이버공간에 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 여름에 ‘납량물’ 등의 이름으로 퍼지고 있는 스너프 동영상은 크게 세 종류. 이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가장 많이 유포된 스너프 동영상은 바로 ‘여자 총격 살해’를 다룬 것이다. 이 동영상은 약 6초 분량으로 짧지만, 충격 지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한 여자가 나이트 가운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다. 그녀의 옆에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사람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다. 여자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절규하며 연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권총의 방아쇠가 당겨지고 그녀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뒤로 젖혀지면서 뒷벽으로 끈적끈적한 피가 튄다. 물론 나이트 가운을 입고 있던 여자는 죽은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동영상은 포로가 된 군인의 목을 칼로 찔러 죽이는 모습을 담은 것. 6초 분량에 불과하지만 문제의 장면을 한평생 잊지 못할 만큼 충격적이다. 이 동영상을 보고 난 다음엔 자신의 목이 칼에 찔린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다음은 동영상의 내용.
한 병사가 땅에 쓰러져 있다. 머리가 군홧발에 눌려 있는 이 병사는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병사의 머리를 밟고 있던 군인은 날카로운 군용 칼을 꺼내 그의 목에 들이댄다.
그리곤 순식간에 칼로 목을 찌른다. 칼에 찔린 병사는 목에서 뭔가 울컥하는 소리를 내며 죽어간다.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동영상을 놓고 일부 네티즌들은 체코 군인들이 포로가 된 러시아 병사를 죽이는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말쯤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제작된 전략용 비디오라는 것. 하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은밀히 유포되고 있는 또 하나의 스너프 동영상에는 한 흑인의 신체절단 장면이 담겨 있다. 51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흑인들이 살고 있는 한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영상은 흰 천으로 눈이 가려지고 팔과 다리가 노끈에 묶여 있는 한 흑인 사내로부터 시작된다. 그 흑인의 주변에는 여러 명의 사내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내가 흉기(칼 혹은 톱)를 들고 와서 끈에 묶여 있는 흑인의 오른쪽 팔목을 절단한다.
순간, 팔목이 잘린 흑인은 고통에 울부짖는다. 잘린 팔목은 바닥에 나뒹군다. 그리고 팔 잘린 흑인은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간다. 이 동영상을 통해서만 보면 그 흑인의 생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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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홧발에 눌려있는 병사. 목에 겨눠진 칼로 인해 최후를 맞는다. | ||
이런 스너프 동영상들의 공통점은 왜 살인하거나, 신체를 절단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부연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장면만을 골라 보여줄 뿐이다.
이메일 등을 통해 스너프 동영상을 본 이들은 대부분 “소름끼친다” “구역질난다”며 인상을 찌푸린다. 이른바 ‘혐오 다큐’인 셈이다. 그런데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동영상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다 보니 정서적으로 유약한 초등학생들도 너무 쉽게 엽기적인 ‘잔혹 장면’을 접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부형 최희석씨(40)도 얼마 전 우연히 아들의 전자메일을 확인하다가 스너프 동영상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 최씨의 아들 우형군(11겷茄紵閨 5학년)은 그 동영상을 보지는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형군은 “친구들도 사람 죽이는 영화(스너프 동영상)를 많이 본다.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던 애도 같은 반 친구”라며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약올리려고 사람 죽이는 영화를 이메일로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초등학교에선 아이들끼리 일종의 ‘깜짝 메일’로 스너프 동영상을 주고받는 게 유행하고 있는 실정. 개중엔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충격과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잔혹스러운 엽기 영화에 빠졌던 일본의 한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토막살인했던 몇 해 전의 끔찍한 사건을 이젠 ‘강 건너의 불’로만 여길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스너프 동영상에 대한 법적 규제장치가 아직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음란물을 올리는 것에 대해선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스너프 필름과 같은 ‘공포물’을 올렸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이메일 수신자가 메일 수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지속적으로 공포물을 보낼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공포물’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스너프 동영상. 하지만 정작 공포스러운 것은 스너프 동영상 탐닉이 가져올 심각한 후유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동심리학을 전공한 숙명여대 이재연 교수(51)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스너프 필름을 보고 모방할까봐 두렵다”며 “아동들은 아직 판단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발적으로 살인 충동을 느낄 수 있고, 그럴 때 필름에서 본 대로 모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적으로도 이런 문제 필름의 유포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