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변 없이 핵심축 유지, 이기혁 깜짝 발탁…백3 유지 전망 속 중원 운용 주목

크게 놀라움을 주지는 않은 26인 엔트리였다. 지난 3월 대비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았다. 김민재, 손흥민, 이강인 등 팀의 주요 뼈대는 그대로 유지됐다.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부름을 받던 이들이 다시 이름을 올렸다.
'깜짝 발탁'으로 불릴 만한 이는 강원 FC 소속 수비수 이기혁이다. 기존 자원인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이 지난 3월 입은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면서 기회를 받았다. 희소 자원이기에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왼발잡이 중앙 수비수다. 최근 K리그 전체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활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기혁의 활약상에 시즌 초반 침체됐던 소속팀 강원도 중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기혁의 발탁과 관련해 "그동안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은데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 과감한 선택이다. 분명 공을 다룰 줄 알고 찰 줄 아는 선수다. 수비수들 가운데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능력은 최상위권"이라며 "결국은 경험이 중요하다. 주로 국내 무대에서만 활약했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선수들, 더 크고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엔트리 구성으로 본선에서 가동될 홍명보호의 포메이션을 넘겨짚어 볼 수 있다. 2025년 여름부터 지속적으로 밀어붙인 백3 포메이션을 월드컵 본선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명으로 구성된 수비수 명단은 좌우 측면에 두 명씩, 중앙 백3 자리에 6명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센터백 3명의 역할도 비교적 명확하게 내다볼 수 있다. 홍 감독이 백3를 가동하던 초기에는 수비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한쪽에 치우치게 배치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 지난 3월부터 김민재가 백3의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좌측에는 왼발잡이, 우측에는 오른발잡이 수비수들이 배치됐다.
이번 명단에서는 이 같은 형태가 유지되는 모양새다. 김민재가 중앙에 설 경우 왼쪽이 어울리는 2명(김태현, 이기혁), 오른쪽이 어울리는 2명(이한범, 조유민)이 각각 선발됐다. 가운데 자리는 김민재와 박진섭(저장 FC)이 설 수 있다. 박진섭의 경우 지난 소집에는 미드필더로 포지션이 분류됐으나 이번엔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그에게 수비수 타이틀을 달아 줬다.

역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수비적 역할을 맡는 미드필더가 빛나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나 도전자의 입장에 서 왔던 대표팀이다. 경기 중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앞서 막아내는 자원이 돋보였던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신화'를 만들었을 때는 '진공청소기'로 불리던 김남일이, 원정 첫 16강을 달성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김정우가 각광받았다. 이호, 주세종, 정우영 등도 큰 무대 활약이 빛났던 미드필더들이다.
이 포지션은 홍명보호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기존 자원이 연쇄 부상으로 이탈하며 대체자 찾기에 골머리를 앓은 탓이다.
홍 감독 부임 이후 수비적 역할을 맡는 미드필더 자리는 박용우의 차지였다. 2023 아시안컵 당시부터 꾸준히 주전 자리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2025년 9월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고 월드컵 출전마저 무산됐다. 박용우가 빠진 자리를 메우던 원두재도 어깨 부상으로 쓰러졌다. 미드필더 자원을 연속으로 잃은 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월 이들과 유사하게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서 활약하는 권혁규(카를스루어)와 홍현석(KAA 헨트)이 선발돼 테스트를 받았다. 결국 이들은 코칭 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홀딩 미드필더가 없는 체제, 그간 월드컵에 도전하는 대표팀에서는 보기 힘든 그림이었다. 이들의 공백은 전술로 메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수비 자원 중 김민재, 박진섭, 이기혁 등 상당수는 미드필더 지역까지 커버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자랑한다.
또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의 활용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비수로 분류된 박진섭, 이기혁,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등은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자원이다.

수비 라인에는 한 자리에 두 명의 선수가 균일하게 뽑혔다. 미드필더로 분류된 10명 중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선수는 김진규(전북 현대), 백승호(버밍엄 시티), 황인범(페예노르트) 세 명뿐이다. 나머지 7명은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측면 공격수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들 중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인물은 이강인과 이재성이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이들은 핵심 자원으로 중용됐다. 이재성의 경우 그 이전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꾸준히 대표팀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역시 경험 많은 공격수다. 최근 소속팀에서 부침을 겪고 있으나 지난 3월 A매치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이강인과 이재성이 공격 2선 자리에서 빠진다면 가장 먼저 선택받을 유력 주자다.
결국 조커 기용 기회를 놓고 나머지 2선 자원 4명이 경쟁하는 구도다. 이동경(울산 HD), 엄지성(스완지 시티),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 시티)는 제각각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동경은 가장 강력한 왼발 킥 능력을 자랑한다. 기습적인 슈팅은 물론 패스와 롱킥 또한 탁월하다. 2025시즌 K리그1 MVP를 수상하며 능력을 증명했다. 4인방 중 가장 미드필더에 가까운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한다.
엄지성과 배준호는 주로 좌측면에서 활약하는 측면 공격수다. 상대 측면을 휘저으며 공격 포인트를 생산한다. 배준호는 드리블, 엄지성은 슈팅에 강점이 있다.
양현준은 오른쪽이 익숙하다. 이번 시즌에는 측면 윙백 포지션도 소화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소속팀 셀틱의 극적인 역전 우승에 힘을 보태며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이승우(전북 현대)의 탈락이 국내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최근 리그 4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기대를 모았던 2선 공격 자원이다. 이승우에 대해 이상윤 해설위원은 "분명 활약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기존 대표팀 자원보다 톡톡 튀는 면이 있다. 조커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면서도 "꾸준히 지적받은 피지컬적인 문제, 기존 자원과의 호흡 등을 우려해 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평을 남겼다.
▲다음은 축구 국가대표팀 26인 명단
골키퍼 - 김승규(FC 도쿄), 송범근(전북 현대), 조현우(울산 HD)
수비수 -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유민(샤르자 FC), 이한범(미트윌란),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 박진섭(저장 FC), 이기혁(강원 FC),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김문환(대전 하나시티즌)
미드필더 - 양현준(셀틱), 백승호(버밍엄 시티), 황인범(페예노르트), 김진규(전북 현대), 배준호(스토크 시티), 엄지성(스완지 시티),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이동경(울산 HD),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공격수 - 오현규(베식타스), 손흥민(LA FC), 조규성(미트윌란)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