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과거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및 당 대표 시절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 씨의 대결양상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세간에선 정 씨가 자신이 의도했든 아니든 박 회장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위치에 자리매김됐다는 뜻이다. 실세들의 비리는 비록 행위자의 호가호위에 의한 것이라도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없이는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친동생을 견제하는 일이란 서슬 퍼런 사정라인의 공직자에게도 부담스런 일이다. 역대 정부에서 친인척 비리가 예방되지 않고 감옥행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친인척 관리의 맹점을 말해준다. 이번에도 박 회장을 감시 감독해야 할 공직자들이 시중의 루머를 공식문서로 만들어 그에게 전하는 측근 노릇을 했다.
박 대통령의 친인척 차단 의지는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당내 경선 때부터 단호했다.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대선 기간 동안 해외로 나가 있어야 했다. 대통령 취임 뒤로는 명절은 물론 부모의 기일에도 두 명의 친동생들을 만나지 않았다.
독신인 박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와 관련, 특히 남동생인 박 회장이 주목을 받았다. 집권 초부터 기무사령관에 그의 육군사관학교 동기생이 임명되자 박 회장의 입김설이 파다했다. 원인규명이 되지 않은 ‘박지만 미행설’도 그런 박 대통령의 친인척 차단 의지와 박 회장 주변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소문대로 임명 6개월 만에 교체된 기무사령관 인사가 정 씨의 입김 때문이었다면 그는 대통령의 친동생을 무력화시키는 사람이 된다. 그가 노렸던 것은 세간의 그런 평가였을 것이다. 반면 박 회장은 자신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를 정 씨의 소행으로 의심하며, 그것이야말로 묵과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라고 여겼음직하다. 박 회장의 측근인 경찰관은 이런 배경에서 정 씨와 청와대 핵심 3인방을 공격하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정권 출범 때부터 국정농단의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두 사람을 노출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에 상당한 손상을 안겼지만 차후에 있을지도 모를 두 사람 외에 다른 여러 실세들로 인한 비리에 예방효과를 발휘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