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국부창출 재활용산업 관심을…”
엄백용 밸런스인더스트리 사장은 재활용자원 수출은 물론 전남 광양항 투자를 통해 수출 기반시설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밸런스인더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엄백용 사장은 재활용자원 수출을 위해 아시아 각국을 돌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 들어 해외에 나가지 않고 5일 동안 한국에서 편하게 지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웃으며 지난 1년간의 근황을 설명했다.
가장 먼저 엄 사장은 재활용 종이를 부르는 용어부터 교체해 국민들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재활용 종이를 일반적으로 ‘폐지’ ‘파지’라고 부른다. 이는 언어 자체에 폐기물, 쓰레기라는 개념이 강하다. 하지만 재활용 종이는 환경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소중한 자원이다. 이에 밸런스인더스트리와 해외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용어 대신 R.P.M(Recycled Pulp Materials·재생제지원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엄 사장은 지난 2005년 겨울 노부부가 골목길을 누비며 힘들게 종이박스를 수집해도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집하장에서 헐값의 대금을 받는 것을 보고 재활용자원 수출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밸런스인더스트리가 재활용지 수출에 나서면서 kg당 30원 하던 단가는 1년 만인 지난 2007년 100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2014년 현재는 다시 70~80원에 형성돼 있다. 오히려 단가가 내려간 셈이다.
RPM 단가는 수출가에 따라 국내가격이 정해지는데, 지난 2012년 가수행위(RPM을 물에 적셔 무게를 증가시키는 행위) 등으로 한국 RPM에 대한 품질문제가 대두되면서 국가신뢰도가 떨어져 한동안 수출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수출이 막히자 국내 RPM 단가는 바로 6년 전의 3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 상황에서 엄 사장은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해외 업체를 찾아 거의 사정하다시피해서 수출 주문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렇게 재활용지 수출이 다시 시작되니 1~2달 만에 국내 단가 역시 70~80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재활용산업은 이런 등락이 계속 반복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수출이 원활히 이뤄지느냐에 따라 폐지를 줍는 노인이나 극빈자들이 받는 가격도 달라진다.”
밸런스인더스트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홍콩 등에 현지법인을 두고 재활용자원 수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엄 사장은 지난 11월 일본에 초청을 받아 재활용산업에 관한 세미나 발표를 직접 진행했고, 일본 수출위원회 발기인 위촉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에서도 활발히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이 RPM 단가가 70~80원 수준인데 반해 일본은 110~120원 정도다. RPM을 수거하는 압축장도 일본은 거래업체가 70여 개이고, 한국은 40여 개로 규모도 한국보다 일본이 2배 이상 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종이의 품질은 한국과 일본이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일본의 RPM이 국제시장에서 더 가격을 높게 받는 것은 가수행위 등이 없어 국가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면은 한국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지난해 밸런스인더스트리는 가수행위를 일삼아 온 일부 하청업체의 대표와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가수행위로 인해 중국 광동항에서 통관이 거절되고 세관에 압류당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회사는 중국 수출이 불가능해질 만큼 회사신용 및 국가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가수행위를 한 업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했고, 합의를 통해 올해 해당 회사로부터 20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밸런스인더스트리는 국내 가수행위에 대한 소송뿐만 아니라 이를 악용한 일부 해외 대형 제지사를 상대로도 국제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의 RPM이 가수행위 등으로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악용해 해외 제지사들이 정도에 맞지 않게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수분이 10% 있음에도 30%가 있다고 주장하며 돈을 일부만 지불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11년에는 중국 최대 제지회사 구룡제지의 일본구매법인 ACN을 상대로 국제소송을 진행했다. 재활용자원 수출업체는 대부분 중소 규모이고 상대는 세계 최대 제지사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전 세계에 사례가 없다. 국내 업체를 상대로 한 해외 제지사의 횡포를 근절할 전례를 남기기 위해 소송을 끝까지 진행한 것이다. 결국 3년 만인 지난 7월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 4000여만 원의 대금을 받아냈다.”
밸런스인더스트리는 이 소송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의 국제중재, 베트남 법원에서의 소송도 진행해 모두 승소했다.
엄 사장은 재활용산업이 환경보전, 국부창출, 극빈자 고용창출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나라는 재활용산업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 재활용산업만큼 손쉽게 실천 가능하고 별다른 사회적 투자비용 없이 환경보호와 국부창출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3년 전 산업분류에 배정했다가 다시 뺐다. UN기구에서도 일찌감치 산업분류표준목록에 정식으로 등재시켜 놨는데도 말이다. 내 최종 목표는 재활용산업이 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광양항 배후단지 투자 나서 “일본 수출 기착지로 활용할 것” 밸런스인더스트리는 재활용자원 수출기업이지만 지난 7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광양시 등 관련기관과 광양항 배후단지에 투자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엄백용 사장은 “지난 2011년 전남 광양항에 처음 방문했는데 당시 두 번 놀랐다. 항구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놀랐고, 그에 비해 화물이 없이 텅텅 비어있어 또 놀랐다”며 “실어 나를 물동량이 없으니 배가 없고, 배가 줄어드니 물동량은 더욱 적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심지어 전남의 농수산물을 수출하려고해도 부산항을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엄 사장은 “한국의 중요 자산인 광양항을 활성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산항은 붐비니 일정량을 광양항에 유치하거나 부산항에 정박했던 배가 광양항에 들렸다가 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밸런스인더스트리 역시 광양항을 일본 수출을 위한 기착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밸런스인더스트리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MOU를 체결해 광양항 물류창고 부지를 50년 장기임대 받았다. 설비 공사 등 40여억 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고 일부 진행에 들어간 상태다. 엄 사장은 “밸런스인더스트리가 광양항을 통해 연간 2만 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을 무난하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