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이들 여직원들은 어떤 일을 겪었던 걸까. 이번 법원 판결문에 나타난 성희롱 실상은 충격적이다. 법원 판결문에는 어떤 사례들이 나와 있을까.
- 노래방에서 강제 키스
99년 10월께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A씨(여•당시 28세)와 유부남 B씨(36)는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날 식사는 직장 상사인 B씨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밤 11시쯤 식사를 마치고, 회사 부근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그런데 B씨가 노래를 부르던 A씨를 갑자기 끌어안았다는 것. 그리고 강제로 키스를 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입술 안쪽에 전치 2주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고. A씨는 B씨의 뺨을 때린 후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며칠 후 그날 사건의 여파는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정기인사철도 아닌데 갑자기 A씨에게 육체적으로 근무하기 힘든 부서로 전보 발령이 떨어졌던 것. A씨는 “그날 이후 우울증이 생겼고, 회사 동료들을 자꾸 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법원은 B씨와 회사의 책임을 물어 A씨에게 위자료로 3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롯데호텔의 사례는 직장 내 성희롱이 일과시간 회사 내에서도 빈번하게 이뤄짐을 보여주고 있 다. | ||
2000년 3월께 한 직원의 포상축하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사건. 2차로 간 가라오케에서 C씨(여•당시 24세)는 한 과장의 지시로 회사 간부 D씨 옆자리에 앉게 돼 술을 따르고, 안주를 집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술자리가 계속 이어지던 중 갑자기 D씨가 C씨에게 귓속말로 “함께 자고 싶다”고 말했고, 이에 놀란 C씨는 “뭐라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D씨는 “아무 것도 아니다”며 얼버무렸던 것. 그런데 D씨가 그날 C씨에게만 성희롱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 D씨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여직원의 다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리다가 양말을 벗긴 다음 그녀의 바지 속으로 손까지 집어넣고 만졌다.
법원에서도 D씨가 직위를 이용해 성희롱했다는 사실을 인정, C씨에게 2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근무중에 “안아 보자”
98년 성탄절이 지난 어느 날 아침 9∼10시께, E씨(여•당시 25세)는 식당에서 세팅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소속팀 중간 간부인 F씨(52)가 전화를 해서 “E씨가 아침조냐”고 물었고, E씨 혼자서 아침조 근무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이내 식당으로 내려와서 업무 준비를 하던 E씨의 손목을 잡아끌며 추태를 부렸다고 한다. “한번 안아보자.” “안돼요. 아빠한테 혼나요.” E씨가 거부하자 F씨는 “너는 파파걸이다”고 말하며 10여분 동안 신체적 접촉(포옹)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E씨가 완강하게 버티자 F씨는 결국 포기,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간 직후 식당에 전화 걸어 ‘너를 안아보지 못해 섭섭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F씨는 E씨에게 위자료로 1백만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다.
E씨는 “당시 손목에 남은 붉은 손자국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사회 생활이 다 그러려니 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 이후엔 F씨가 일상적인 영업장 순시를 할 때도 피해야 했다”고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털어놨다.
▲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
98년 가을, 여직원 H씨(당시 27세)는 출근하자마자 황당한 일을 당했다. 중간 간부인 I씨(48)가 사무실에 핸드백을 보관하러 갔던 H씨의 손을 잡아끌며 갑자기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는 것. 그리고는 H씨의 가슴을 움켜쥐듯이 만지다가 잡아 비틀었다고.
이에 놀란 H씨가 빠져나가려고 하자 손목을 움켜쥔 채 “아이구 이 X, 나이는 꽤 들었는데 젖은 아직 쓸만하네”라는 신체 및 언어 폭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양주판촉기간이었던 99년 4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주방쪽으로 걸어가는 H씨에게 “야, 이 X아. 오늘 너 양주 몇 병 팔았냐?”며 느닷없이 H씨의 유니폼 위로 은밀한 부분을 잡아뜯듯이 만졌다고.
이에 “왜 이러냐”고 항의하자 “그럼 이 X아 열심히 팔아라”며 껄껄 웃으며 지나갔다는 것. 이에 대해 법원은 I씨에게 2백만원의 위자료를 H씨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은 내렸다. 피해자 H씨는 “당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져 친구나 동료에게 얘기할 수 없었다.
더구나 성적인 수치심 때문에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긴 이후에는 I씨를 피해 다녔다”고 털어놨다.
- 성기 빗댄 언어 폭력
99년 10월께 J씨(여•당시 24세)는 중간간부 K씨(49)와 교육일지 작성 업무 때문에 단 둘이서 사무실에 있었다. 그런데 J씨가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려는 순간 K씨가 등뒤에서 갑자기 덮쳐 껴안았다는 것. J씨가 소리치며 반항했음에도 한참 후에야 풀어줬다고.
또 2000년 4월 회식 다음날 열린 회의석상에서도 K씨의 성희롱은 이어졌다. 그날 J씨를 비롯한 남녀직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어제 남자 새끼들 XXXX 열 두 번도 더 섰을 거다” “기집애들이 XX(여성 성기) 갖다 대는데 안 설 놈이 어디 있냐” “어제처럼 놀려면 돈 삼사백은 써야 했을 거다”라며 전날 회식에 참석했던 여직원들을 비하시켰다.
J씨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여직원이 무슨 단란주점 탬버린 걸인가. 왜 같이 일하는 동료, 후배로 생각하지 않는지 정말 기분이 나빴다”며 “이 회사를 언제까지 다녀야할지 고민했고, 정말 화가 났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K씨는 또 2000년 4월 회의석상에서도 다른 한 여직원에게 “올해 나이가 몇이냐”고 물어, 그녀가 “스물다섯”이라고 하자 “XX(여자의 성기) 한참 무르익을 때구먼”이라는 저급한 언사를 늘어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이 같은 K씨의 성희롱 행위를 모두 인정, 1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