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 경찰서는 지난 8일 자신이 운영권을 넘겨준 복권방이 갑자기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자 이를 되돌려 받기 위해 임차인의 불륜사실을 캐내 협박한 혐의(공갈미수 등)로 김우성씨(가명·39)를 구속했다.
정희수씨(가명·33·여)가 2평 남짓한 경기도의 한 복권방에 세를 든 것은 지난 1월20일. 애초 이 복권방을 운영하고 있던 사람은 김우성씨였다. 지난해 11월 건물주에게 보증금 없이 월 2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점포를 얻은 김씨는 이곳에 복권방을 열었던 것.
▲ 로또 판매점에 모인 사람들. 사진은 기사의 특 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또 이와는 별도로 로또 기계 사용료 명목으로 50만원을 김씨에게 내기로 했다. 이것저것 모두 합치면 정씨로서는 월 80만원에 복권방을 임대하는 셈이었다. 문제는 정씨에게 복권방을 내준 직후 발생했다.
주인을 잘 만난 덕인지 정씨가 복권방을 맡자마자 ‘대박’이 터지기 시작했다. 정씨에게 세를 내준 김씨가 운영할 때까지만 해도 로또는 미풍에 불과했지만 몇 차례 1등 당첨금이 이월되면서 어느덧 광풍으로 뒤바뀐 것.
급기야 지난 4월, 이 복권방이 1등 당첨자까지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복권방을 찾는 손님이 더욱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 ‘로또 명당’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은 갈수록 늘어 급기야 로또로 인한 한 달 순수익만 1천만원이 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최대 수익을 낸 달은 1천1백만원이 넘었고 아무리 못해도 6백만원은 거뜬히 넘겼다.
이쯤되자 김씨로서는 배가 아플 수밖에. 만약 자신이 계속 운영했다면 한 달 1천만원의 수입이 자신의 몫이 됐을 텐데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바람에 푼돈을 받으며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운영할 때만 해도 한 달 수입은 기껏해야 2백만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애초 임대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에 혹시라도 이런 경우가 생길 것에 대비해 단서 조항을 걸어놨던 것. 그 단서 조항이란 바로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주인이 반환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가게를 뺀다’는 것이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지난 4월, 복권방에서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이후부터 김씨는 줄기차게 점포의 반환을 요구했다. 물론 정씨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이 가게를 맡고 있는 동안 1등 당첨자도 배출하는 등 어렵게 복권명당의 이름을 얻었는데 그런 알짜배기 업소를 내줄 수는 없었다.
생각만큼 쉽게 가게를 빼지 않던 정씨에게 김씨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무릎을 탁 친 김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때부터 김씨가 착수한 작업은 일단 복권방 전화의 통화내역서를 뽑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어차피 업소는 자신의 이름으로 빌린 뒤 재임대 해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전화는 자신의 이름으로 돼있었던 것. 통화내역서를 뽑은 김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통화내역서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이 발견됐다. 정씨의 아킬레스건, 바로 불륜 사실이 포착된 것.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발급받은 정씨의 통화내역서에는 한 남자와 빈번하게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있었다.
이때부터 김씨는 본격적으로 정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복권방 창문에 소형 녹음기를 설치한 채 정씨가 내연남과 통화하는 사실을 녹음했다. 정씨가 퇴근한 뒤엔 그녀의 뒤를 쫓아 문제의 내연남과 불륜을 즐기는 현장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 등을 토대로 정씨를 압박하기 시작한 김씨. 그러나 한 번 꼬인 일은 결코 자신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정씨가 고분고분 복권방을 비우는 대신 김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
결국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행운을 가로채려 했던 김씨는 지난 8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고 말았다. 김씨는 경찰에서 “내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 약속대로 가게를 비우지 않은 정씨도 잘못한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