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실전 같은 훈련’ 안되겠니?
위의 표에서 2014년 서울과 부경의 국내산마 거리별 평균우승기록을 보자. 예전에 비하면 서울과 부경 할 것 없이 정말 기록이 좋아졌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가 일천해 한참 뒤져 있었던 부경이 서울보다 발전속도가 훨씬 빨라 이제는 거의 모든 거리에서 서울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1000미터는 양쪽이 공히 1:02.2초로 똑 같지만 1200, 1400미터는 0.3초, 1800미터는 1.1초, 2000미터는 2.5초나 부경이 서울보다 빠르다. 이는 실제로 서울과 부경의 강마들이 총출동하는 경주 결과에서 자주 목격한 도착 차이와 흡사하다. 보통 대상경주에서 맞붙을 경우 서울의 말이 부경의 말에 장거리에서는 5~10마신씩 형편없이 지곤 했는데 이 기록 차이를 거리로 환산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또한 거리가 늘어날수록 그 차이가 커진다는 것은 경주마로 처음 시작할 때는 능력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경주경험이 쌓일수록 능력차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경마는 단거리에서 시작해 경주경험이 쌓이고 승군할수록 긴 거리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면 부경의 경주마들의 발전속도보다 서울의 경주마들의 발전속도가 훨씬 더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말이라도 부경에서 훈련 받고 뛴다면 더 잘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경마종사자들이 정말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좀더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간을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때는 서울의 기록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부경보다 우위에 있었다(위의 표 참조). 1800미터만 똑 같을 뿐 1000미터는 0.7초, 1200미터는 0.5초, 1400미터는 0.9초, 2000미터는 0.6초 빨랐다. 마사회 데이터를 보면 서울과 부경이 뒤집힌 건 불과 4년 만인 2010년이었다.
그렇다면 양쪽이 왜 이렇게까지 발전속도에서 차이가 날까. 부경 쪽이 더 좋은 말을 구매하기 때문일까. 좀전에 얘기했듯 그런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전체를 보고 평균적으로 판단하면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조교, 즉 훈련내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훈련량과 강도, 그리고 그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우선 훈련량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 5일부터 28일까지 4주간 출전한 서울 경주마 1116두와 부경 경주마 749두를 분석해보니 평균 훈련량을 단순 바퀴수로만 따져도 부경이 22.9, 서울이 19.0바퀴로 각 경주마당 3.9바퀴나 차이가 났다. 부경의 경주로가 서울보다 더 길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차이는 그 이상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훈련강도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빠른구보와 강구보를 한 내용만 평균을 구해보니 서울이 3.4바퀴, 부경이 3.9바퀴였다. 그동안 부경 경주마들이 훈련을 더 세게 더 많이 한다는 얘기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좀더 확실한 데이터를 비교하기 위해 3위 이내로 입상한 마필만 살펴보자. 이 기간 동안 입상한 부경의 경주마는 모두 219두였다. 각 개별마들의 평균 훈련량은 24.4바퀴, 강구보와 빠른구보는 4.3바퀴였다. 반면 서울은 입상마 276두가 평균훈련량이 19.8바퀴, 강·빠구보가 3.8바퀴에 불과했다.
혹자는 날씨가 서울이 더 춥기 때문에 훈련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날씨가 안 좋을수록 충분히 더 몸을 풀면서 서서히 강도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훈련량은 더 많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날씨가 부경보다 더 좋은 조건인 여름에도 서울의 훈련량은 부경보다 적었다. 날씨 탓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훈련내용을 한번 들여다보자. 부경은 마체가 뒷받침되면 훈련을 할 때도 탄력을 쭉쭉 이어가면서 강하고 길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근육이 빨리 생성되고 힘과 지구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연습을 실전같이 하는 셈이다.
반면 서울은 다르다. 실전처럼 하는 말은 정말 극소수다. 강하게 하다가도 일정 구간에서 제어하면서 힘을 아끼는 조교를 하고, 그에 앞서 대부분의 마필들이 꾹 잡고 약한 구보와 빠른 구보 위주로 훈련을 한다. 성장기 때는 걸음이 늘 수 있도록 놓아주거나 채찍으로 독려하면서 강하고 길게 해줄 필요가 있는데, 서울의 경우는 이런 부분 자체가 너무 부족한 것이다. ‘힘을 비축하는 조교’ ‘근육이 생성 안돼 어쩔 수 없다’라고들 하지만 이런 조교는 더 뻗어갈 수 있는 걸음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역기능도 있다. 근육은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 생성되는 것이 아닌가.
사람과 경주마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들 훈련모습을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거기에도 10대의 어린 선수들이 많다. 쇼트트랙 종목이나 체조 선수들 중에는 경주마로 ‘힘이 덜 찬 2세마’가 적지 않다. 하지만 훈련내용은 어떤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강하고 긴 체력훈련을 한다. 그리고 그런 훈련을 이겨낸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부경의 경주마는 이처럼 하고 있지만 서울의 경주마는 많이 부족하다. 서울과 부경의 현격한 능력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훈련의 차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