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보좌관’ 뜨끔한 이들 많다
박윤옥 의원의 차남이 4급 보좌관 행세를 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과 5급 비서관 2명, 비서 3명 등 총 7명의 정식 보좌진을 둘 수 있고, 그 외 인턴 2명과 입법보조원 2명을 둘 수 있다. 제19대 국회가 300명으로 출발했으니 최대 3000명이 넘는 보좌진 인력을 가동할 수 있는 셈이다.
여의도 정치권은 이번 ‘대포 보좌관’ 논란에 “수법은 대담하나,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차명 보좌관’, ‘친인척 보좌관’들이 늘 주변에 존재해 온 까닭에서다. ‘철도 비리’에 연루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장녀를 5급 비서관으로 두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기소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실은 지난해 보좌관을 차명으로 등록한 것이 들통났다. 이 보좌관은 사기 사건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퇴직한 뒤 처제의 이름을 빌려 5급 보좌관으로 등록해 6개월간 월급을 수령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아들이 국회부의장실 4급 비서관에 특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았다. 4급 비서관 채용 당시 노 의원 아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26세였다. 백군기 의원은 군 선배인 서종표 전 의원 딸을 6급 비서로 채용해 ‘보은성’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사무처에서는 보좌진 실태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류상 같은 인물이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지 일일이 대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구에 머물고 있는 ‘지역 보좌관’의 경우 의원실에서 대리 등록이 가능해 국회 직원은커녕 동료 의원실에서도 구분하기가 힘들다.
보좌진 정보는 통상 국회 홈페이지나 국회수첩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기자는 새정치연합 A 의원실 4급 보좌관이 교체됐음에도 국회 홈페이지에 예전 보좌관 이름이 그대로 기재된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통상 보좌진이 교체되면 시스템상 홈페이지에 곧바로 변경돼야 한다.
이에 대해 당시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통상 보좌진을 등록하면 곧바로 연동돼 홈페이지가 수정되는데, 간혹 의원실에서 ‘개별 ID’를 요청해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보좌관을 교체해도 홈페이지에 곧바로 수정이 되지 않고, 해당 의원실에서 직접 바꿔줘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 프로필을 직접 고치기 위해 잠시 빌렸다”라며 곧바로 보좌진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시스템을 악용할 경우 보좌관을 교체해 놓고도 전산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속일 수도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주변 사람으로 보좌진을 구성하려는 데는 나름의 고충도 있다. 국회 보좌진은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정한 직업으로 손꼽힌다. 잦은 야근에 국정감사라도 시작되면 온 신경이 곤두선다. 선거 때는 파리 목숨이 된다. ‘영감(보좌진이 자신의 의원을 부르는 은어)’이 낙선이라도 한다면 일순간 낭인 신세로 다른 의원실을 찾아 떠돌아야 한다.
유능한 몇몇 보좌관을 제외하면,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여의도를 떠난 뒤 잊힌다. 새누리당 한 베테랑 보좌관은 “국회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보좌관들이 많아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깜 안 되는’ 이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