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입마가 선행 질주… 지려고 작정한 거야?
기수가 당일 주로 상태나 경주마의 주행 습성과 부합되지 않는 작전을 벌여 논란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렛츠런파크서울에서 펼쳐진 경주.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1월 4일 일요일 렛츠런파크서울에서 벌어진 11경주. 2000미터로 치러진 이 경주는 7번 천년동안이 근소한 우세를 보인 가운데 6번 정상비마, 11번 금아챔프, 3번 힐톱 등이 그 다음 순으로 인기를 형성하면서 4파전 양상을 띠고 있었다. 결과도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들어왔다. 6번이 1위, 7번이 2위, 3번이 4위였다.
그런데 여기서 곱씹어볼 대목은 11번 금아챔프의 작전실패에 따른 졸전이었다. 물론 정상적인 작전을 폈더라도 입상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최범현 기수의 무리한 경주운영은 경주 후 논란이 됐다.
금아챔프는 추입형 말이다. 데뷔초 단거리 경주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추입으로 입상했다. 간혹 느린 경주에선 선입성으로 운영해 좋은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본령은 추입이다.
이날 경주는 2번 돌쇠와 14번 북대풍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경주 초중반이 상당히 빠를 것으로 예측됐고, 주로가 무거운 상태라 추입마들한테는 아주 유리한 구도로 분석됐다. 금아챔프라면 빠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리를 잘 잡고 중후미에서 차분하게 따라오다 막판에 추입하는 전략이 유력했고, 경마팬들이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런 예측을 했다.
그렇지만 금아챔프는 강력한 선입작전을 폈다. 경주를 시작하자마자 돌쇠가 먼저 머리를 내미는가 싶었는데 외곽에서 10번 사풍독주와 14번 북대풍이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돌쇠를 넘어섰고 10번 사풍독주의 서슬에 도주마인 14번도 선행을 나서지 못하고 밀리고 말았다. 이 바람에 레이스는 비정상적으로 빨라졌다. 이런 흐름에서 금아챔프는 2코너 돌 때 선입권까지 따라붙었고, 3코너를 돌 때는 앞선을 제압하면서 선행으로 내달렸다. 많은 팬들이 “금아챔프는 무조건 들어왔다. 뒷심이 좋아 절대 잡히지 않는다”라고들 했지만 전문가들은 “금아챔프는 절대로 못버틴다”며 한숨을 쉬었다.
초중반에 비축해야 할 힘을 다 쏟아내 버렸으니 종반에 힘을 쓸 수 없는 것은 자명했다. 경주마는 페달을 밟는 대로 달려주는 자동차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금아챔프는 결승주로에서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8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지난 4일 렛츠런파크서울에서 벌어진 11경주에서 금아챔프(11번)가 3코너를 돌며 선두로 나서는 모습. 금아챔프는 무리한 선행작전으로 8위를 했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반면 초반에는 중후미에 있다가 중반에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올라온 6번 정상비마는 막판에 힘겨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1위를 차지했고,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뛰면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 7번 천년동안은 막판 맹렬한 추격을 벌이다 목 하나 차이로 2위를 했다. 무빙작전으로 최근 좋은 성적을 냈던 힐톱은 경주가 너무 빠르게 흐르는 데다 강한 상대를 의식해서인지 무빙은 했지만 힘을 조금 아꼈고, 아낀 힘을 막판에 모두 쏟아내면서 3위를 했다. 박을운 기수의 적절한 임기응변이었다.
이 코너를 통해 여러 차례 얘기를 했지만 서울경마장은 1700미터 이상의 경주는 출발부터 2코너까지가 오르막이다. 2000미터 경주는 출발부터 2코너까지 600여미터를 오르막으로 달려야 한다. 초반에 과도하게 힘을 쓰는 말은 평소에도 마지막까지 버티기 힘들다. 더군다나 주로가 무거운 겨울철엔 선행마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건 자멸행위나 마찬가지다.
금아챔프는 지난해 5월에도 비슷한 레이스를 하다 7위에 그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작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줬다.
같은 날 부경에서도 작전실패 경주가 있었다. 1200미터로 치러진 2경주에서 인기마인 7번 기쁨해가 단독도주를 하다 덜미를 잡히고 5위에 그쳤다. 이 경주는 애초 3번 디퍼런트디멘션의 단독선행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7번 기쁨해의 박금만 기수가 산뜻한 출발과 함께 가속을 잘 이끌어내면서 선행으로 이어졌다. 경주 자체는 전반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물 흐르는 듯한 전개가 이뤄졌지만 굳이 대차로 앞서갈 필요는 없었다. 일찍 선행을 나섰기 때문에 중간에 제어를 하면서 힘 안배를 했다면 어땠을까. 2위와 5위까지가 큰 착차 없이 동시에 들어왔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경마는 순위게임이다. 상대를 많이 이기는 것보다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전실패는 항상 진한 앙금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기수들이 모르고 그랬을까’ ‘고의는 없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분명한 건 비슷한 작전실패를, 그것도 노련한 기수들이 반복한다면 ‘고의’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명마 예감 - 디퍼런트디멘션 페이스 조절 ‘자유자재’ 경주마가 힘을 몰아서 쓸 때나 고르게 나눠서 쓸 때나 똑같이 능력을 발휘한다면 기수는 정말 작전을 펴기가 용이할 것이다. 기쁨해가 도주하다 덜미를 잡힌 부경 일요경마 2경주의 1위마 디퍼런트디멘션이 두 번의 실전을 통해서 보여준 모습이 이랬다. 첫경주에선 갑오명운이라는 빠른 말이 강력한 선행작전을 펴는 바람에 레이스가 매우 빨랐지만 조금 떨어진 2선에서 외곽선입으로 빠르게 따라가다 갑오명운을 따돌리고 우승했고, 이번엔 늘어난 거리를 의식해 초중반은 힘을 안배하면서 느린 페이스로 뛰었다. 기쁨해의 오버페이스가 아니라 이 말이 천천히 달리는 바람에 오버로 비쳤을 뿐이다. 그럼에도 직선 오르막에서 순간적인 탄력과 스피드를 발휘하면서 상대를 여유있게 제압했다. 가히 전천후라 할 만했다. 디퍼런트디멘션은 스톰캣의 후예인 인투미스치프(Into Mischief)의 자마다. 인투미스치프는 현역시절 6전3/3/0의 성적으로 승률 50%, 복승률 100%의 성적을 올린 말이다. 이 가운데는 블랙타입 경주 성적은 [G1]경주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2승 2위3회다. 1300에서 1700까지의 경주에서 우승했고 평균우승거리는 1466미터다. 이로 보아 자마인 디퍼런트디멘션은 향후 모래 맞는 부분만 잘 적응한다면 중거리로 진출한 이후에 더 잘 뛸 가능성이 높다. 디퍼런트디멘션의 연승행진을 기대해본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