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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목사를 고소한 고소인의 면면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국내 대형 교회로 유명한 S교회측과 교계 원로로 유명한 K목사 등이 그를 고소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교계 원로인 K목사는 얼마 전 공금유용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교계 내에서도 큰 충격을 던졌던 인물이다.
검찰의 기소장을 보면 구속된 조아무개 목사는 이들 유명 목사들을 상대로 “개인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최근 3년여 동안 여러 차례 협박을 해왔다는 것. 그런데 주목할 점은 협박을 당한 교회측이 조 목사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1천2백50만원의 돈을 ‘입막음’조로 전달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교계 지도자급을 상대로 평목사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일까. 또 그는 왜 이 같은 일을 한 것일까.
고소인들이 조 목사를 고소한 것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유명 교회의 인사들 가운데 강경파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더이상 그의 공갈협박에 우리가 끌려다녀선 안된다”며 법적대응을 주장, 조 목사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S교회의 김아무개 홍보실장은 “교회의 특성상, 어떻든 불미스러운 일에 교회와 목사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조용한 해결을 원하는 교회 내 인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피해가 너무 커 조 목사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고소인들측이 주장하는 조 목사의 협박 내용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S교회측의 주장.
S교회에 따르면 조 목사가 S교회를 상대로 협박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5월부터였다.
당시 조 목사는 S교회를 직접 찾아가 홍보국장 설아무개 장로와 김 실장 등에게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담임목사인 C목사와 가족의 비리를 언론에 공개하고 검찰과 국세청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계속 S교회의 사무실을 찾아오거나 C목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지난 1월31일 교회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빨리 대장(C 목사)에게 주라 그래. 안 주면 죽는다고. 10억원을 내놓으라고 그래”라며 노골적으로 협박했다고 S교회측은 밝혔다. S교회 김 홍보실장은 “이 같은 그의 협박 내용은 다 녹음을 해서 증거자료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K목사측의 주장.
K목사가 현재 담임목사로 있는 K교회 관계자에게 조 목사는 “K목사의 개인 비리를 알고 있다”며 직접 내용을 기재한 고발장을 보여주며 1억원을 요구했다는 것.
그런데 공갈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S교회와 K교회가 그동안 조 목사에게 수백만원씩의 돈을 수차례에 걸쳐 전달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S교회측은 조 목사에게 2001년 5월 첫 협박을 당했고, 조 목사가 직접 C목사에게 편지까지 보내자 같은 해 9월경 조 목사의 개인 은행 계좌로 2백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에도 교회측은 조 목사에게 세 차례에 걸쳐 돈을 더 전달했다. 2002년 2월 조 목사 명의의 우체국 계좌에 2백만원을 보냈고, 2003년 12월경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H호텔 커피숍에서 설 장로가 직접 조 목사에게 5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올해 2월14일 같은 장소에서 김 실장이 5백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네 차례에 걸쳐 모두 9백50만원이 전달된 것.
K교회측 역시 이아무개 장로가 지난 2월14일 서울 동대문구 L백화점 커피숍에서 조 목사에게 3백만원을 건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돈을 건넨 것에 대해 김 실장은 “솔직히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괜히 잡음을 일으키지 말자는 차원에서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지급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교계에서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작은 교회의 목사들이 큰 교회측에 ‘좀 도와달라’는 차원의 요청이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 돕기도 한다”며 “이 같은 도움은 합법, 비합법, 극한 공갈협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조 목사의 경우는 비합법을 넘어서 갈수록 심한 공갈협박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고발)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고소인들의 주장에 대해 조 목사측은 “공갈협박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 교회 사정이 어려우니 좀 도와달라’는 차원이었다. 그런 취지에서 돈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조 목사의 변호인인 조재일 변호사는 “‘좀 도와달라’, ‘더 이상은 안된다’는 차원에서 옥신각신 말이 오가다가 다소 격한 표현이 전달됐을 수는 있겠으나, 돈을 갈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갈협박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중인 조 목사측은 고소인측에 계속 “받은 돈을 다 돌려줄 테니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만약 받은 돈이 문제가 된다면 그 돈을 다 돌려줄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면회를 통한 인터뷰에서 조 목사는 자신이 폭로 운운한 것으로 알려진 교계 비리 내용에 대해서도 “우선은 여기서 나가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지금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조 목사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의정부에 있는 조 목사가 운영하는 교회에는 실제 신도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 박사라고 기재하고, 몇몇 교계 신문사의 편집위원, 정체 불명의 무슨 교회개혁운동의 대표 등으로 알리며 마치 자신을 교계 내 정화세력 운동가인 것처럼 포장하고 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