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럭비부원 유족, 권익위에 ‘면허 정지’ 촉구…해당 교수 “이미 다 끝난 사안”
단순한 학부모의 자녀 챙기기를 넘어 보건의료 전문직 종사자들이 지위를 망각하고 미성년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자행했다는 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처의 후속 행정처분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7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정고등학교 실내체육관 지하 1층, 한여름 럭비부 합숙 훈련이 한창이던 현장에서 은밀한 의료행위가 이뤄졌다.
당시 럭비부 소속 자녀를 둔 약사 김 아무개 씨는 자신의 아들이 합숙 중 발열 증세를 보이자, 간호사 면허를 가진 또 다른 학부모인 김 아무개 인천의 모 대학 간호학과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 약사는 "수액제를 구해 올 테니 아이들에게 주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자신의 부친 자택에 보관 중이던 비닐 팩 포장 포도당 5% 주사액을 가져왔다. 연락을 받은 김 교수는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 지도·감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체육관 지하 공간에서 옷걸이에 주사액을 걸고 수액 세트를 이용해 김 약사의 아들과 또 다른 학생의 혈관에 직접 바늘을 꽂아 투약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5년 9월 10일, 이 같은 범죄사실을 인정해 피고인 김 교수와 김 약사에게 각각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및 형법 제30조(공동정범)를 적용해 두 사람의 공모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의 약식명령에 적시된 범죄사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 아무개 씨가 권익위에 제출한 민원서류에 따르면, 당시 합숙소에서 이뤄진 불법 투약은 소수의 학생에게 단순히 포도당을 놓아준 수준을 넘어,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일주일 전에 투약에 대한 학부형들 동의를 받은 후 2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태반주사를 대규모로 투약한 사건이었다. 이를 뒷받침할 사실 확인서와 진술도 권익위에 전달된 알려졌다.
태반주사와 같은 전문의약품과 정맥 수액 투여는 체내 혈관을 직접 침습하는 고위험 의료행위다. 의사의 정밀한 사전 진단 없이 비위생적인 체육관 환경에서 주사할 경우 공기 색전증, 혈관 파열, 중증 감염 쇼크 등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박정서 씨는 잠을 잘 때도 럭비공을 안고 잘 정도였는데 “더 이상 럭비공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양정고를 떠나 전학을 갔다. 그는 이후 “왜 잘못한 애들은 멀쩡하고, 잘못한 게 없는 나만 럭비를 못하게 된 거냐”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오열을 반복했다는 게 박 씨 가족 전언이다. 그러던 박 씨는 안타깝게도 2024년 2월, 만 17세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박 씨 유족 측은 "원하는 성적과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본적인 법질서조차 무시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왜곡된 엘리트 체육관(觀)이 결국 아이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 제66조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 또는 벌금형 등을 선고받은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은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약사법 제76조 역시 약사 면허 보유자가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1년 범위 내에서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및 서울고등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동일한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는 그 목적과 취지가 달라 별개로 집행돼야 하며, 형사 판결이 확정된 즉시 엄격한 행정제재가 뒤따라야 공공의 보건의료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
권익위 민원 신청인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일의 정세형 변호사는 "피신청인들은 보건의료계의 전문성을 대표하는 간호사(대학교수)와 약사로서 불법성을 누구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미성년 학생들을 상대로 대담하게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특히 간호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교수가 직접 불법 투약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권익위를 통해 행정처분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진정서에 대해 양정고 관할 서울 양천구 보건소는 지난 9월 10일 “서류(진정서)를 검토하고 관계기관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의료인인 간호사 김 아무개 씨가 관내에서 의료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에 관련 자료 일체를 첨부해 의료인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향후 행정처분 확정 여부는 보건복지부 검토와 관계 법령에 따른 제반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고 밝혔다.
보건소 측은 이와 함께 “약사 김 아무개 씨에 대한 행정처분 요청사항을 검토한 결과 약사는 ‘의료법’ 상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아 같은 법에 따른 의료인 면허 행정처분 대상이 아니다”며 “‘약사법’에도 이 사건 의료법 위반행위를 약사 면허에 대한 행정처분 사유로 정한 규정이 없어 별도의 행정처분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간호사인 김 아무개 교수는 9월 23일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권익위에 진정서가 접수됐는지 몰랐다. 보건복지부나 그 어디에서도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이미 다 끝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 판결(2025년 9월 10일)이 나온 이후 바로 판결 내용이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도 회신돼 위원회가 소집됐었다”며 “위원회에선 이 사안이 교수로서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누구에게 위해를 가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학에서 추가 처벌이나 징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도당 수액을 맞춰줄 당시(2022년) 코로나가 창궐하고 국가권고가 있어서 응급실에 못 가고 야간이라서 개인 병원도 문을 닫아 진료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도 그런 의료행위는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신청인 측은) 태반주사였다고 주장하지만 분명히 포도당 수액이었다”고 역설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