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손학규 경기지사(왼쪽)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이번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중공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래)한나라당도 여권의 차기주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근태 복지부 장관에 대해 ‘칼’을 갈고 있는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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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88년 13대 국회 때부터 부활된 국감은 언제나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국감도 예외가 아닐 것 같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3년여나 남았음에도 잠재적 대권후보들의 ‘싹’을 미리 자르기 위한 여야 간의 보이지 않는 대결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 관제데모 논란과 관련하여 여당의 표적이 되고 있고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엄격한 감사를 받을 전망이다. 한나라당도 이에 뒤질세라 정동영 김근태 두 ‘잠룡’의 소관 부서에 대한 감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17대 정기국회 첫 국감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 대선 전초전을 미리 들여다봤다.
이번 국감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상대로 행정수도 이전 반대집회에 대한 서울시의 편법 예산지원 의혹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 이에 대해 이 시장과 한나라당은 이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공동전선을 펴기로 합의한 바 있어 양측의 대결이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이명박 때리기’에 차기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열린우리당의 ‘발톱’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야권의 강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이명박 시장에 대한 견제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은 사실 박근혜 카드보다 이명박 시장이 대권 후보가 될 경우 훨씬 힘들 것이라는 내부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후보가 되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분명하다. 과거사 문제와 유신시대의 잔재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공격의 포인트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시장이 후보가 될 경우 그 파괴력을 지금으로선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강력한 리더십에 향수를 느끼는 국민들의 정서를 파고들 경우 박 대표보다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이에 대해 “최근 들어 이 시장에 대한 잠재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청와대 기류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이 시장을 대권 후보로 상정해 시뮬레이션을 하는 빈도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권이 이 시장을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공세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 시장에 대한 행정수도 이전반대 데모에 대한 지원 의혹이 불거지자 여권은 김승규 법무부 장관, 허성관 행자부 장관, 그리고 한덕수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회까지 열며 총공세를 폈다.
또한 추석을 앞두고 총리실이 이 시장의 승용차 트렁크를 급습해 ‘건수’를 올리려 했으나 해프닝으로 끝난 것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여권이 이 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스크린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
하지만 이 시장의 ‘의도’를 읽은 여권은 처음 강경책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이번 국감에서 이 시장을 위해 굳이 ‘멍석’을 깔아줄 필요가 없기 때문. 그래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 관제데모 진상조사위’는 이 시장의 재산형성 의혹에 대한 제보 공개 등 조사 여부도 국정감사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또한 이 시장에 대한 정무위 증인신청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대한 여권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 양형일 홍미영 의원은 국감 자료를 통해 손학규 경기지사가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많이 소방헬기를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손 지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손 지사가 긴급한 목적이 아닌 단순행사에 참석할 목적으로 소방헬기를 자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손 지사측은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사적으로 헬기를 타고 다니면서, 공적인 목적으로 도지사가 헬기를 탄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보건복지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손학규 지사가 차기 대권행보를 고려해 무분별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열린우리당은 손 지사가 복지와 무관한 사회단체에 행사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등 대권을 위한 예산집행에 몰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타 예산과 복지예산의 비교, 타 시도와의 복지예산의 비교 등을 통해 손 지사의 도정수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에 경기도 공보실 관계자는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적극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며 “정당한 것은 적극 수용하고 정치공세에 대해선 의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대권 주자들에 대해 ‘칼’을 갈고 있는 상태다.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경우 NSC의 정보력 부재와 대미 관계,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허점을 집중 부각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통외통위 위원인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정 장관은 통일 관련 정책을 한번도 세워본 적이 없다. 아무리 대권주자이지만 국정을 경력 관리나 실험의 대상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정 장관의 정책 마인드와 NSC 장악 능력 등을 집중 부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실세장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NSC 상임위원장에 정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외교안보 라인의 혼선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근태 복지부 장관도 야당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불량 만두소와 감기약 파동과정에서 나타난 정부대응의 문제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이런 것들이 모두 민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민생 문제 해결과 차기 주자 견제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 김 장관과 일합을 겨룬 바 있는데 이번에도 김 장관과 복지 이념논쟁을 벌이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야당 국감의 컨트롤 타워로서 여권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참여정부의 실정을 몰아세울 만한 이슈를 개발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이 박 대표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또한 이번 국감이 야당의 폭로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할 판이다. 첫 국감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지 못할 경우 당내 반발은 물론 차기 대권 가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박 대표의 이번 국감도 중요한 한판 승부가 아닐 수 없다.
17대 첫 국감은 이래저래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물밑 경쟁과 정책 대결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사의 ‘늪’으로 빠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