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사촌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던 ‘보신탕’ 사건 현장. | ||
사건의 무대는 지난 9월1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공터. 이곳에서 사설 주차장을 운영하던 김아무개씨(57) 등 3명이 바로 곁에서 렌터카 업소를 운영하던 이아무개씨(62)의 개를 주인 몰래 잡아먹으면서 사단이 시작됩니다.
당시 애꿎게 보신탕의 재료가 돼야 했던 개는 무려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순종 진돗개 ‘찬미’. 순수 혈통을 입증하는 5대에 걸친 족보까지 있는 개였습니다. 발끈한 개 주인 이씨는 김씨 등을 고소했고, 이들은 졸지에 거액의 뒷감당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찬미’는 이씨가 얻어 키운 개였기 때문에 피해액 산정을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또 김씨는 주인인 이씨 또한 평소에 ‘저 녀석 된장 발라 버릴까보다’라는 말을 자주 해 언젠가는 잡아먹을 개로 알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된장 바른다’는 말은 개를 잡아 요리해 먹는다는 뜻으로 김씨와 이씨 사이에 통하던 말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씨는 개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짖어대면 버릇을 고치려고 혼잣말로 ‘된장 발라 버릴까보다’라고 한 것이지 진짜 잡아먹을 개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어쩌면 이웃사촌 간의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던 이 사건이 이토록 커진 것은 찬미의 어마어마한 추정 가격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씨가 소속된 ‘한국진도견협회’의 협회장이 ‘찬미’의 가격이 수천만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언론을 통해 그 가격이 8천만원까지 치솟았던 거죠.
그렇다면 과연 김씨가 이씨에게 건넨 합의금은 얼마였을까요. 당시 치른 개값은 3백만원. 이 정도만으로도 김씨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보신탕’을 먹은 게 아닐까요.
두 사람의 영업장이 나란히 놓였던 전농동사거리의 공터에는 앞으로 2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자가 최근 다시 현장에 찾아갔을 때 이씨와 김씨는 이미 ‘이웃사촌’이 아니었습니다. 이씨의 렌트카 업소는 오래 전에 2백m 떨어진 곳으로 옮겨져 있었고, 김씨 또한 곧 주차장 영업을 접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건의 후유증 때문인지 김씨와 이씨 모두 “다 지난 일인데”라면서도 ‘그 일’과 상대방에 대해 말하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다시 예전의 사이좋던 이웃사촌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을까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