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서울대병원.
2013년 1월 다리가 아파 근처 병원을 찾은 압둘라 양은 MRI 검사 결과, 오른쪽 엉덩이에서 6cm x 5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다급해진 부모는 빨리 치료 받고 싶었지만 아부다비 의료진들은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조차 판정할 수 없었다. 검사 차트는 UAE 보건청을 통해 서울대병원에 의뢰됐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2011년 11월 한국 정부와 협약을 맺고 자국에서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서울대병원에 의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차트를 본 후, 악성 종양이 의심된다고 답했다.
압둘라 양과 부모는 2013년 2월 7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악성횡문근양종양(malignant rhabdoid tumor)’을 진단 받았다. 인체 근육 중 가로무늬의 근육을 횡문근이라 하는데 압둘라 양의 엉덩이에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 이 병은 인구 100만명 당 0.6명꼴로 생기는 희귀병으로 치사율이 70-80%에 이르는 ‘나쁜 암’이다.
소아청소년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재활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은 한 자리에 모여 치료 계획을 신속하게 세웠다. 압둘라 양의 암세포는 엉덩이의 신경과 혈관까지 파고들어 암 세포를 모두 절제하면 못 걷게 된다.
의료진은 암세포의 크기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는 2013년 3월 15일부터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했다. 고비도 많았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각종 합병증에 노출된다. 압둘라 양도 2013년 6월에는 급성 폐렴으로 생명이 위독했으나 소아중환자실에서 2개월간 박준동 교수(소아청소년과)의 집중 치료를 받고 생명을 건졌다.
그 해 7월에도 면역력 저하로 인해 심장 판막이 세균감염에 의한 손상으로 위기를 맞았다. 7월 5일 압둘라양은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에게 염증으로 손상된 심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환하는 수술을 받고 고비를 넘겼다.
암 크기가 많이 줄어들자 정형외과 김한수 교수는 7월 18일 아이의 좌골신경과 붙어있던 횡문근의 암세포 조직을 신경 조직의 손상 없이 정교하게 절제했다. 다리 신경 부위에 남은 일부 종양은 방사선요법으로 치료했다. 덕분에 압둘라 양의 다리 신경 기능은 완전히 정상이며 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13년 10월 30일 압둘라 양은 강형진 교수에게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수술을 받았다. 이것은 완치를 위한 최종 관문으로 강력한 항암치료로 남은 암 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등 혈액의 기원이 되는 세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식 수술 후 1년이 지난 지난해 10월까지 압둘라양은 암이 재발되지 않았다.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의학적으로 조혈모세포이식수술 후 1년 동안 암이 재발되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인정된다.
2남 2녀 중 3째인 압둘라 양은 웃음을 찾기 위해 지난 2년간 16번의 입 퇴원을 반복하며 병마와 사투했다. 그 과정에서 의료진과 가족들은 하나가 됐다.
부친인 압둘라 살렘(34)씨는 “교수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냈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병원에서 제공하는 통역 서비스를 통해 바로 묻고요. UAE에 가면 꼭 한국병원을 추천하고 싶어요”라며 흡족한 표정으로 아이의 얼굴을 매만졌다.
압둘라양은 이제 3개월에 한 번씩 CT, MRI 검사만 하면 된다. 아부다비에서 검사해도 되지만 한국에서 하겠다고 한다. 압둘라 양과 부모는 지난해 12월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고향인 아부다비로 떠났다. 그들은 오는 2월 치료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