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유턴을 하면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경우 기업들의 유턴에 힘입어 일자리가 60만 개나 늘고 경제성장률이 5%나 된다.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경제는 공동화가 불가피하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청년들 거의 절반이 취업이 어려운 상태이다. 기업들이 계속 해외로 나가 불임경제가 되면 우리 국민은 누가 먹여 살릴 것인가.
또 다른 문제가 기술이전이다.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면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이 한 순간에 유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경제가 경쟁력을 한꺼번에 잃어 무장해제가 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많은 한국기업들이 임금이 싸고 시장이 큰 중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최근 임금상승으로 수지가 맞지 않자 철수를 하거나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고도성장은 물론 핵심기술들을 챙겼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토사구팽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후 제조업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재정자금지원, 양적완화, 세금감면 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하여 기업환경을 개선했다. 특히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장이전 비용까지 지원했다. 그 결과 총 150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유턴을 하여 제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살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특단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엔저, 재정과 금융팽창, 기업의 규제완화 등 수출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 일본 산업이 다시 꿈틀거리고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들어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임금과 땅값이 비싸다. 우리나라 임금수준은 노동생산성에 비하면 선진국보다 높다. 반면, 땅값은 경쟁국의 2~4배 수준이다. 또 인허가 규제가 거미줄같이 쳐져있어 공장건설과 가동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 노사관계가 불안하다. 산업현장에 분규가 끊이지 않고 충돌이 잦다. 무엇보다도 기업인의 사회적 대우가 없고 처벌이 빈번하다. 이럴 바에야 해외에서 대접받고 투자하겠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의식이다.
기업의 사활은 국민의 생계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을 교훈으로 삼아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주재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여 국내 기업과 산업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여기서 내 국민은 내가 먹여 살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과감하게 창업과 투자를 하는 기업가정신은 필수적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