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를…세상이 왜 이래”
그러나 부자 또는 형제, 배우자 간 등 ‘친족 살인’에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2003년까지 친족 간의 살인은 전체 살인 건수 중 40%정도를 차지했으나, 2004년 45.5%로 급증. 이후 꾸준히 늘더니 2013년에는 53.5%를 기록했다. 10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젊은층의 패륜범죄가 두드러진다. 2006년 6월 나라현에서는 16세의 장남이 집에 불을 질러 계모와 이복동생 등 총 세 명이 타 죽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의사가 되기를 강요당했던 장남이 학교 시험결과가 좋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공업대학의 가케야마 진스케 명예교수(범죄정신병리학)는 친족 살인이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초고령화 사회로 간병에서 오는 어려움, 장기불황에 따른 경제적 곤궁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더 근원적인 이유는 가족 관계의 붕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가족은 남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로 ‘왜 몰라주나’는 식의 불만을 품기 쉬운 상대다”면서 “자신의 생활에 깊이 관계하는 만큼 한번 관계가 뒤틀리면 원한이 증폭돼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