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에 아내 잃은 슬픔 달래려 조성…안에서 파티 열었다는 ‘지옥의 입’ 유명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 공원으로 알려져 있는 ‘사크로 보스코’는 16세기 보마르초의 공작이자 열렬한 예술 애호가였던 피에르 프란체스코 오르시니가 의뢰한 조각 공원이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오르시니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슬픔을 달래기 위해 이 정원을 만들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요컨대 신비로운 조각상들에 자신의 슬픈 감정을 투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크로 보스코’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정원 양식이 일반적인 르네상스 정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가령 구불구불한 미로에 세워져 있는 그리스 신화를 본뜬 초현실적인 조각상들을 보면 스산한 기분마저 든다. 지하 세계의 문을 수호하는 케르베로스, 그리스 바다의 신 글라우코스, 바다와 민물의 신 넵튠, 반은 여성 반은 뱀인 에키드나의 거대한 조각상들이 그렇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조각상은 입을 벌린 무서운 형상의 ‘지옥의 입’ 조각상이다. 전해 내려오는 바에 따르면, 오르시니는 이 조각상 안에서 저녁 파티를 열곤 했다. 당시 한 방문객은 “입이 문 역할을 하고, 눈은 창문이 되었으며, 혀 안쪽은 테이블로, 그리고 이빨은 좌석으로 사용되었다”라고 기록했다.
오르시니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하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이 공원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출처 ‘스미소니언 매거진’.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