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세계젊은지도자회의’ 영상 캡쳐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29일 박 씨의 증언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그의 증언이 날조라고 주장했다.
‘인권모략극의 꼭두각시 박연미’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는 박 씨의 큰아버지, 고모, 외삼촌 등 친인척들이 출연해 박 씨의 증언이 날조라고 반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14호 정치범수용소 출신이라고 주장한 신 씨의 증언을 북에 사는 아버지를 내세워 반박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박연미 씨가 함께 탈북했던 아버지 박진식 씨는 2007년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증언한 데 대해 동영상에 등장한 박 씨의 큰아버지는 “동생은 중국에 건너간 일이 없으며 구리를 밀수하다 2003년 교화 10년형을 받았고 2007년 췌장암에 걸려 병보석으로 풀려나 그 해 남포에서 숨졌다”고 주장했다.
북 측은 박진식 씨의 죽음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남포 강서구역 양탄진료소 소장 인터뷰도 내보냈다. 이는 “함께 탈북했던 아버지가 중국에서 사망해 눈도 감지 못한 아버지를 겨울에 묻어야 했다“는 박 씨의 증언과 다른 내용이다.
또한 북 측은 박 씨가 9세 때인 2002년에 친구 어머니가 할리우드 영화를 보았다는 죄로 경기장에서 기관총으로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경기장에서 처형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연미 씨는 지난해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하고 영국 의회의 증언대에 서면서 ‘북한 인권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지난해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의 수기는 미국의 유력 출판사에서 곧 발간될 예정이다. 또한 그는 영국의 영화제작사 스퀘어 아이드 픽처스(Square Eyed Pictures)가 만드는 북한 인권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주인공도 맡았다. 영화사 측은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영화 ’그들이 보고 있는 동안(While they watched)‘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 측의 반박과는 별개로 박연미 씨의 증언에 대해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지난해 12월 10일자 기사에서 “13세 때 북한을 떠난 21세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라며 박 씨의 증언이 인터뷰를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들도 “할리우드 영화를 봤다고 총살되진 않는다” “탈북 여성들이 나오는 한 종편 프로그램에 박연미가 나왔는데 출연자들이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 작가에게 항의 전화를 한 적도 있다”며 박 씨의 증언들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 씨의 지인 케이시 라티그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하다 보니 생긴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 단체 ‘링크’의 박석길 정보전략부장도 “트라우마 때문에 처음엔 말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 말하는 게 거짓말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지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