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대량학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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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애도하는 학생. 서른두 명의 목숨이 순식간에 스러졌다. 로이터/뉴시스 | ||
이번 사건을 접한 국내 경찰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개인의 총기 소지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런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발생한 이와 견줄 만한 유사 사건 2건은 모두 총기 소지가 가능한 현역 경찰이나 군인에 의해 일어났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일어난 적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
과연 그럴까.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불법 총기류의 숫자는 파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십만 정이 넘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또한 총기 구입을 원할 경우 인터넷 등을 통해서 실제 구입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다소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국내에서도 ‘제2의 조승희’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현재 신고 된 국내 총기류 수’는 모두 27만 5000여 정이다. 대부분이 공기총이고 권총과 소총은 2000정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002년부터 불법무기 자진신고를 통해 모두 6만6000여 정의 불법 총기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6만 6000여 정이 국내 불법 총기의 전체 숫자라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홍덕기 경찰청 총포계장 역시 “현재 경찰로서도 불법 총기가 국내에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 그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추론은 실제 상황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국내의 총기를 이용한 범죄는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20~30여 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흐름이 주목된다. 범죄의 내용은 대부분 원한에 의한 것이거나 우발적인 범행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다중살인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또 한 가지 불안한 점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국내 총기 범죄의 절대 다수(3분의 2)는 공기총을 이용한 것이었지만 최근 들어 권총과 사제권총을 이용한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홍 계장은 “공기총의 경우 일정 거리 이상에서는 살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형 범죄에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머지 총기류가 문제”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총기 소지를 금하고 있다. 사냥 등의 레저 활동 목적으로 공기총에 한해 경찰 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소지를 허용하고 있으나 그 절차가 까다롭고 또한 사냥철이 아니면 경찰에 보관토록 하고 있다. 이렇게 허가를 받은 총기류는 그 출처가 쉽게 드러나는 특성상 범죄에 사용될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무기에 있다.
성능이 뛰어나고 은폐 소지가 용이한 권총의 경우 해외에서 몰래 밀반입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부산 등지를 통해 불법 총기 밀반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공항에 비해 검문검색이 다소 허술한 항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 마피아 등 해외밀매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국내 조직과 연계해 공해상에서 한국 어선에 총기를 옮겨 실은 뒤 반입하는 형태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총기를 직접 구입한 후에 국내 선박의 선원을 통해서 몰래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항선원들을 통한 밀반입은 검문검색이 비교적 허술한 점 때문에 의외로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귀띔도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외항선원 등을 통한 경우 본인이 직접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일일이 다 검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치외법권을 가진 외교사절이나 주한미군에 의해 총기가 밀반입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경우 직업상 총기 소지가 자연스런 부분이어서 검문검색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지난 2002년 미 군사우편을 통해 공기총 1정과 권총 3정, 수백 발의 실탄이 밀반입된 적이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 또한 온라인을 통한 총기 유통을 확산시키고 있다. 모든 거래가 은밀히 익명으로 거래된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총기 유통이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단 등의 단속 강화로 이들은 개인 사이트를 개설하기보다는 총포상이나 사격장 등 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을 이용해서 게릴라식으로 글을 올리고 빠지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실제 지난 2003년 2월 현역 군인이었던 임 아무개 하사가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목적으로 부대 안의 K1 소총을 훔쳤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또한 지난해 6월 한 TV 뉴스는 인터넷 총기 동호회 사이트를 통해 주문 전화 한 통화와 온라인 입금만으로 바로 택배로 총을 전달받는 충격적인 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놀랄 만한 사실도 밝혀졌다. 개인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 등 외국인의 경우 국내에서도 총기 소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들 외국인이 자신의 총을 국내에서 밀매해서 발생한 사건이 실제 2005년 1월에 있었다. 충남경찰청은 소총 3정을 불법 유통시킨 한 아무개 씨 등을 검거했는데 그는 서울 용산 미군부대 근처에서 외국인들에게 총기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총을 판 외국인 또한 총기 소지 허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용, 미국 웹사이트를 통해 총기를 구입해서 국내인에게 몰래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1월에도 역시 충남에서 재미교포 이 아무개 씨가 미국산 권총 2정을 국내서 몰래 밀매하다가 발각,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이 전하는 또 하나의 총기 소지 방법은 놀랍게도 자신이 직접 총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실제 이런 사례는 최근 범죄에서 많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04년 5월 빚 독촉을 하는 채권자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서 아무개 씨는 금형 기술자로 자신이 직접 사제 총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서 씨로부터 소총 2정과 권총 3정을 압수했는데 놀랍게도 이 모든 총기류를 자신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그는 청계천상가 등에서 구입한 화약으로 탄두와 탄피까지 직접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7월 검거된 대구 권총 강도 사건의 주범 김 아무개 씨 역시 청계천 등에서 부품을 구입해 자신이 직접 권총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4월 백주에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러시아 마피아끼리의 총격전 사건은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렸다. 당시 <일요신문>은 부산 현지의 취재를 통해 현장에서 심각한 증언들을 접할 수 있었다. “부산의 유명 조폭 세력들은 이미 러시아 마피아 등과 연계해서 총기류로 무장하고 있다” “부산에 드나드는 러시아인이 하루에도 수천 명인데 누가 마피아인지 알 수 없다. 솔직히 마피아가 없다는 얘기는 결국 모른다는 얘기다”라는 경찰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일부 국내 조폭의 경우 총기로 무장됐을 것이란 항간의 소문이 결코 흘려들을 얘기는 아니라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