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훈 서귀포시 건설과장
김희훈 서귀포시 건설과장
따라서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키우든지, 도시집중을 분산하는 정책이 해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에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법적인 잣대로 추진하는 행정의 힘만으로 주차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긍정의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미 우리들의 일상에는 길거리에 자동차를 주차해도 된다는 습관의 반복으로 관습처럼 되어버렸다.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도 귀찮다는 이유로 골목길에 자동차를 주차한다. 불법임에도 모두가 하는 것이기에 죄의식이 없다는 게 문제다.
몇 해 전 일본 카시마시에서 파견 근무할 때의 일이다. 우리와 너무 다른 일본의 주차문화를 보면서 부러워했다. 도로에 불법 주차된 자동차를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으니 말이다.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의 국민성이라고 뭉뚱그려 우리들의 자화상을 희석시키지 말자. 그렇게 되기까지는 그들의 노력이 여기저기에 깔려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어디를 가든 주차를 할 장소가 마련되어있다.
도심의 상가는 찾아오는 손님에 비해 여유가 있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고, 주택지는 저녁이면 자기차고지에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골목길에도 불법 주차된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일본의 주차장 확보는 생활기준이다. 우리가 법의 기준으로 주차대수를 정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건축을 할 때도 건축주가 스스로 용도에 따라 주차장을 설계에 반영하고 확보한다. 건물 사용 및 임대의 필수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차장 위치도 자동차가 가장 주차하기 좋은 곳에 있다. 구석진 곳에 면적만을 확보하는 우리네와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서귀포시가 지난해부터 주차장 빌딩을 지으며 도심지 주차난 해소에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괴물처럼 쑥쑥 자라는 주차난을 행정의 힘만으로는 따라잡기에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목적지와 조금 멀더라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다니자. 자기차고지를 확보하고, 귀찮더라도 마련된 자기차고지에 차를 주차하여 도로변 밤샘주차를 줄이자. 도로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법의 기준은 규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키면서도 행복이 덜하다. 우리 스스로 주차난 해소를 위해 작은 것에서부터 동참하고 실천하자.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하는 일이다. 주차문제는 행정의 열정에 우리 스스로 정한 생활의 기준을 더할 때 조금씩 풀릴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