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은 걸었지만 스텝은 꼬이기만…
KB금융이 최근 인천국제공항 은행·환전사업권 입찰에 탈락해 기존 지점·환전소 등을 모두 철수하는 굴욕을 겪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해 11월 선임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숙제로 남아 있던 LIG손해보험 인수 문제를 결론 내는 데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국민은행장까지 겸직했다. 사외이사 수를 줄이고 대신 주주 대표와 현직 CEO(최고경영자)의 역할을 강화한 ‘내부통제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 결과 금융당국의 LIG손보 인수 승인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윤 회장의 취임 후 최대 성과로 평가받는다. 비록 인수를 결정하고 추진한 사람은 임영록 전 회장이지만 KB금융 내분 사태로 오히려 인수에 실패할 가능성이 컸던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낸 사람이 윤 회장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21일 회장 선임 임시주주총회에서 “현재 KB금융의 85%가 은행업이지만 비은행 부문의 육성을 위해 보험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시너지 창출에 반드시 필요한 인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LIG손보 인수 승인을 금융당국에 간곡히 청할 뜻도 내비쳤다. 금융권 일각에서 “윤 회장의 ‘내부통제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안’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너무 살핀 결과물”이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LIG손보 인수 승인을 받기 위해 애썼다. 윤 회장은 마침내 지난해 12월 24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당장이라도 자회사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지만 금융위 인수 승인 후 한 달이 넘도록 최종 인수 계약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KB금융과 LIG홀딩스 간 가격 협상이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KB금융은 “LIG손보 미국법인 손실이 늘어나면서 당초 예상보다 인수가가 너무 높으니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LIG홀딩스는 “그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LIG손보 인수를 위한 가격 협상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LIG홀딩스 관계자도 “이후 크게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LIG손보 미국법인에 대한 미국 당국의 금융지주회사 승인도 받아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승인 후 미국 승인을 받기까지 보통 3개월 정도 걸린다”며 “KB금융으로서는 LIG손보 미국 법인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에 이 과정도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사 LIG손보 인수에 대해 최종 계약을 맺더라도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3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인수하려는 LIG손보 지분은 19.47%며 인수가는 6850억 원으로 예정돼 있다. 자회사 편입을 위해 11%가량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서 KB금융이 LIG손보를 완전히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1조 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LIG손보 인수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윤종규 회장은 스타일을 구겼다. 지난해 말 있었던 인천국제공항 은행·환전사업권 입찰에서 국민은행이 외환·우리·신한은행에 밀려 탈락, 인천공항에서 지점과 환전소, ATM을 철수시킨 일이다. 국민은행은 2018년까지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은행장을 겸직하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윤종규 회장으로서는 불편한 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관문에서 리딩뱅크를 꿈꾸는 은행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천공항 지점은 대한민국 관문으로서 큰 홍보효과가 있다”며 “영업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곳이어서 임대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은행들이 입점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탈락한 국민은행으로서는 큰 타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입찰로 7년 만에 인천공항에 다시 들어선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영업·홍보 효과가 대단히 큰 곳”이라면서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영업하지 못한 지난 7년간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국민은행 역시 이 같은 효과를 무시하지 못했던 탓인지 3·4사업권 2곳을 따낸 신한은행에 한 곳만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해 부인하지는 않았다. ‘리딩뱅크’로 다시 올라서려는 윤 회장의 앞길이 출발부터 가시밭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