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만 일찍 신고했더라면…
20년 이상 강력반에 근무하면서 납치사건을 많이 다뤄본 경험이 있는 박윤호 팀장(50·경위)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수사기록을 펼쳐들었다. 박 팀장이 유독 이 사건을 자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3시간 동안 숨 막히는 추격전을 펼친 탓도 있지만 그가 담당했던 다른 납치사건과 달리 인질이 희생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납치범의 경우 인질의 생명을 볼모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을 하지만 자신들의 범행사실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범행 후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것이 박 팀장의 얘기다. 따라서 처음부터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게 최선의 대처법이라는 것. 실제로 이 사건의 범인들도 애초부터 김 씨를 살해하려 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82년 경찰에 투신한 박 팀장은 올해로 경찰생활 26년째를 맞았다. 오랜 강력반 생활 끝에 최근 경제팀으로 보직을 옮긴 박 팀장은 이번 기회를 빌려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가정에 신경 쓰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돼요. 강력반 형사로 살다보면 집안에선 낙제점을 받기가 일쑤죠. 그동안 잔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내조에 힘써준 아내와 무심한 아버지를 응원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